희생자 부모 “범인 마지막 순간 지켜보겠다”

한국에서 잇단 흉악범죄를 계기로 사형제 논란이 다시 부상한 가운데 미국에서 22년 전 아동을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의 사형이 조만간 집행된다.

특히 딸을 잃은 부모가 형장에서 범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지난 1990년 당시 9살이던 베키 오코넬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살인범 도널드 묄러의 사형이 오는 10월28일에서 11월3일 사이 사우스다코다주에서 집행될 예정이라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키는 1990년 5월8일 사탕을 사려고 집을 나서 편의점에 갔다가 묄러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고 다음날 아침 링컨 카운티의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묄러는 진작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적 논란으로 집행일이 계속 연기됐다고 한다.

데일리뉴스는 뉴욕주 레이크 루체른에 사는 베키의 부모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4천 달러를 모아 2천500㎞ 이상 떨어진 사우스다코다주로 직접 가서 범인의 최후를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모친인 티나 컬(50)은 “이동에 필요한 돈을 다 마련했다”며 “쓰고 남는 돈은 딸의 장례식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처형되는 장면을 직접 봐야 하느냐는 일각의 시선에는 “부모 입장이 되기 전에는 그 심정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며 “딸을 잃은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부부는 “범인의 목숨이 끊어져야만 정의가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장애인 보조금으로 매달 720달러(82만원 정도)를 받아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 부부가 지난달부터 여행경비 마련에 나서자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이렇게 모인 돈 4천 달러는 자동차 수리비와 연료비, 숙박비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들 부부는 현지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한순간도 잊지 못한 딸의 영혼을 위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