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쉬코프 “日 ICJ 제소 시도 성과 못낼 것”
“독도 실효지배 중인 한국 흥분할 필요 없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통상적 자국 영토 방문으로 아무 문제 될 게 없다.”

러시아의 아시아 지역 영토 문제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발레리 글루쉬코프(63) 박사(모스크바 국립교통대 지리학과 교수)가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최근 10여 년 동안 독도,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 영유권 분쟁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글루쉬코프 박사는 22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독도는 역사적, 정치ㆍ외교적으로 한국의 고유 영토임이 분명하다”며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남(南)쿠릴열도 4개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역시 근거가 없다”며 “한국과 러시아가 일본과의 영토 분쟁에서 공조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 일환으로 우선 한국과 러시아 학자들이 독도와 쿠릴열도에 대한 양국 영유권 주장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주변 당사국들이 이를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글루쉬코프 박사는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같은 시도는 아무런 결과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한국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ICJ 재판이 이루어질 수 없고 설령 재판이 열린다 하더라도 ICJ가 일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글루쉬코프 박사에 따르면 ICJ는 통상 영토 문제와 관련한 재판에서 해당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긴장 상황을 조성하길 원치 않기 때문에 실효 지배 중인 국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도를 실효지배 중인 한국이 승소할 것이란 얘기다.

더구나 독도의 경우엔 섬이 한국에 속한다는 충분한 증거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승소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글루쉬코프 박사는 그러면서 독도가 한국에 속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사적, 정치·외교적 근거들도 제시했다.

그는 “17세기~19세기의 각종 역사 자료와 고지도 등이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 1943년 발표된 카이로 선언과 1945년 포츠담 선언,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 훈령 667호 등도 일본이 국권 침탈을 통해 강제로 점령했던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명문 규정이 빠졌다는 점을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주장은 이 조약에 명시되지 않는 약 3천개의 한반도 부속도서가 모두 일본 땅이라는 논리와 마찬가지의 억지라는 것이다. 그는 “조약에 언급이 없다는 것이 곧 독도가 일본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설령 일본의 논리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상실을 명시한 카이로 선언과 맥아더 훈령 등 그 이전 문서들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쉬코프 박사는 나아가 “1945년 9월 2일 태평양 전쟁 항복문서에 서명하면서 일본 제국은 사라졌으며 종전 후의 일본이 일본 제국을 합법적으로 승계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독도 문제를 포함한 일본 제국의 모든 영유권 주장도 함께 소멸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향후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만큼 흥분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