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기 6자회담 재개” VS 미국 “성과없는 회담 안해”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22~23일 중국 방문은 현재의 북핵 국면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인식차이가 잘 드러난 자리였다는게 외교가의 평가다.

중국의 입장은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발사로 야기된 현재의 경색국면을 가급적 조기에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데이비스 특별대표와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간 회담이 있던 날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현재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관련된 각 측이 소통을 강화하고 관계를 개선해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중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중국의 이런 현실인식을 충분하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의중은 특히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에 대한 해석에서도 드러났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처음부터 평화적인 과학기술위성 발사를 계획했기 때문에 핵실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다”면서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억제력은 멈춤 없이 확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중국의 신화통신은 평양발 보도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계획은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고 타전했다.

이 때문에 한때 북한의 속셈을 놓고 국제 외교가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미국의 입장은 단호한 편이다. 북한의 거듭된 약속 폐기를 경험한 이상 확실하게 행동으로 진정성을 입증하기 전에는 6자회담은 물론이고 북미 양자대화도 재개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베이징을 떠나면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한다면 그건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과의 협상을 진행해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 식량(영양) 지원을 고리로 한 이른바 `2.29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빠진 상황이다.

당장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한 공화당의 공세가 거세다. 오는 대선에서 재선고지를 밟으려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성과없는 회담`을 할 여유를 찾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핵실험 계획`을 부인한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있는 비핵화 행보를 보이고 추가 도발을 자제하느냐, 그리고 중국이 미국의 조야를 안심시킬 정도의 상황 관리에 성공하느냐가 향후 북핵 국면의 향방을 좌우할 관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미국 정부의 판단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한국 측은 김정은 체제가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도외시한 핵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국제사회가 보다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