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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봉산문화회관서 김승현 설치작품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2-26 21:12 게재일 2011-12-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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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공간에 대한 욕망과 환상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갈증

한국화가 김승현(29)의 설치작품 전이 내달 29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 마련된다.

봉산문화회관이 지난 2006년부터 열고 있는 기획전`유리상자-아트스타`전의 7번째 전시회다. 도심 속에 4개의 유리벽면으로 구성된 아트스페이스의 장소 특성을 살려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이 독특하다. 이 프로그램은 어느 시간이나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관람객들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시장에 나온 김승현 작가의`House is not a home-series-empty`는`빈, 공허한, 무의미한`의 위기감을 `house`와 `home`의 차이와 팝송의 가사에 연계하여 우리시대를 담은 풍경화다. 이는 작가 자신이 세계와의 관계에서 직감한 정서적 위기감에 관한 조형적 서술이자 미감이며, 개발주의와 남성성 혹은 욕망과 권위에 대한 예술적 은유 장치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 설정은 4면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이 시각적으로 통하는 쇼 케이스 안에 어떤 사건 상태의 아파트 건축물을 연출하는 것이다. 짓다가 허물어진 아파트 건설 현장을 연상시키는 이 조형물은 회색 시멘트를 칠한 천으로 만든 가로 50×세로 50×높이 900㎝ 크기의 아파트 구조물과 아파트의 4귀퉁이를 지지하는 3m20㎝ 높이의 노란색 파이프 구조물 4개, 열기구 풍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란색 파이프 구조물보다 더 높이 위치한 아파트의 상부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져 있고, 쓰러진 건축물 끝부분을 열기구 풍선이 들어올리고 있는 장면이다. 지름이 60㎝정도 크기인 열기구는 바람이 빠졌는지 구겨지고 허술하게 보여 아파트 건축물의 상부를 하늘로 끌어올리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또 열기구의 흰색 표면에는 구강 전문용품 브랜드 `oral-B`의 상표가 새겨져 있고, 힘겨워 보이는 `oral-B`열기구가 쓰러진 건축물을 들어올리려고 애쓰는 불편한 상태의 풍경화다.

세계를 바라보는 예민한 감성과 탐구, 관찰이 작가의 고정관념이 되고 그 묘사로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풍경그리기는 대형사건을 전하는 시사만화의 한 컷처럼 간결해 보인다. 그 메시지는 가정의 소중함과 그리움, 정서적 안정과 채움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정치·사회제도적인 안타까움, 남성성의 위축과 위기감 등 다의적 해석이 가하다. 메시지의 원천은 우리의 욕망과 구조적 모순에 대한 사색,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갈증에 다름 아니다. 상실의 위기감에 관한 시·공간적 의미 해석, 타인과의 공감 제안은 동시대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아닌 동시대 예술의 힘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또한 관객이 자기 삶의 위기에서 새로운 유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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