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라고 난장처럼 장마당에 물건 펼쳐놓고 흥정하는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듯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장은 아케이드가 설치된 가게에서 잘 진열된 상품들을 골라 카트로 물건을 나른다. 물론 카드로 계산하고 포인트까지 적립된다. 전통시장으로 이름을 바꾼 재래시장들의 변신이 마트와 대규모 수퍼마켓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역 103곳의 전통시장을 5등급으로 구분하니 A등급 시장이 1곳(1.0%), B등급 시장 12곳(11.7%), C등급 시장 35곳(34%), D등급 시장 32곳(31.3%), 그리고 최하등급인 E등급 시장이 23곳(22.3%)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0년도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 평가 분석 결과다.

정연걸 대구시상인연합회장은 “대구에서 전통시장이 활성화된 곳은 지자체에서 관심을 많이 갖는 순서대로 옛 명성을 되살리고 있다”면서“달서구와 중구, 동구 등은 전통시장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데 반해 수성구와 서구는 그 반대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며 지자체의 지원을 당부했다.

■전통시장의 기대주 서남신시장

지하철 2호선 문양방향 감삼역~죽전역 사이에 위치한 서남신시장. 아직 오전 7시인데도 북적대는 손님들로 시끌하다. 입구에 들어서니 보통 전통시장처럼 사람냄새가 풍기고 상인들의 호객소리에 힘이 넘친다. 아케이드 시설 설치 등 일반적인 분위기는 똑같다. 하지만 무언가 다르다.

중소기업청의 분석에서 유일하게 A 등급을 받은 곳이고 현호종 서남신시장 상인회장이 전통시장 활성화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는 등 대구 전통시장의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

`웰컴투 천냥(잡화)`,`왼발 오른발(신발)`,`러브아트(액세서리)`,`아리따움(화장품)`,`섹시한 떡뽁이(분식)`,`찌찌 마스크(속옷)`,`꼴닭꼴닭(닭꼬치)` 등 톡톡 튀고 재미있는 가게 이름들부터 읽어보는 입가에 저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100여개의 점포들로 구성된 서남신시장은 과일·채소·식육·족발집과 떡집, 방앗간이 많고 점포들을 둘러보면 상품진열, 점포관리, 친절서비스 등이 나무랄 데 없이 좋다.

과거 서남신시장은 잎새손만두가 대표적인 트랜드였고 족발과 반찬 등 먹을거리로 유명했다.

이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서남신시장 상인들은 고객지원센터, 현금 입출금기와 어린이 놀이방, 수유방, 사물함 등 편의시설을 확대한 것은 물론이고 장바구니와 카트기 등 깨끗하고 편리해진 쇼핑환경 덕에 찾는 이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또 특이한 것은 점포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상인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고 신용카드 가맹점도 전국 전통시장 평균보다 25% 이상 높은 72% 점포에 달한다는 점이다.

특히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금요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공동 구매한 상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정월대보름 시장 방문객 떡국 대접하기, 초중고생 시장 그림그리기 대회 등 문화를 접목시켜 대구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남신시장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주위에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무려 5개나 포진해 있지만 매출은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루 평균 7천여명의 고객이 찾아 지난 2006년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 지난해 10월`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는 등 그동안 상만 10차례나 받았다”고 자랑한다.

서남신시장은 상인 의식변화 사업의 일환으로 CI개발과 시장미니카트는 물론이고 적립을 해주는 에코포인트 시스템 등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선 지키기 캠페인과 자선 바자회·무료건강검진 등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오토바이 배달전문 팔달신시장

대구시 북구 노원3동 팔달신시장은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가 큰 자랑이다.

고객들은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차 트렁크를 열어두고 맨손으로 팔달신시장을 둘러보며 물품을 지정하기만 하면 장보기가 끝난다.

고객들이 각 점포에서 구입한 물품들을 일일이 장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없이 상점에서 알아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차량 트렁크에 물품을 싣기 때문이다. 고객은 나중에 주차장으로 와서 물품 구매 목록과 실제 트렁크에 담긴 물건을 확인하면 된다.

하루평균 1만 명의 고객들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팔달신시장에는 3천여명의 상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정연걸 대구시 전통시장상인연합회장도 이곳 팔달신시장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천장가림막 설치 등 시설 현대화를 통해 팔달신시장은 외형 변화와 함께 전통시장 장보기의 날인 매월 1일`통큰 세일` 행사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빼앗긴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통큰 세일은 배추 1포기, 무 1개, 부추 1단, 양파 1㎏ 등을 단돈 100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팔달신시장의 새로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여기에 팔달신시장은 또다른 통큰 세일을 한다. 매일 1t 트럭 한대 분량의 식자재를 경북 성주 요셉의 집과 푸드뱅크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김정연 팔달신시장상인연합회장은 “팔달신시장은 옛날부터 채소류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면에서 전국이알아주는 곳이다”고 밝힌 김 회장은 “특히 식당은 운영하는 곳이나 많은 식자재 구매 담당자들이 팔달신시장을 찾는 이유도 바로 신뢰할 수있는 품질과 가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성과 다양성의 칠성시장

칠성시장은 1천300여명의 상인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칠성원시장, 경명시장, (유)칠성시장, 대구청과시장, 대구사과시장, 삼성시장, 대성시장으로 이뤄져 있고 주변의 가구상가, 중고전자 제품상가, 꽃시장과 합쳐져 큰 상권을 형성한다. 시골 5일장과 같은 새벽장인 `촌장`도 있어 다양함을 자랑한다. 전통시장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명시장은 어물전, 수박·딸기·사과·포도·오렌지·키위, 바나나 등 모든 과일의 도·소매를 겸하고 있는 능금시장, 이바지·혼례·제사 등에 쓸 과일과 파·부추·미나리 등이 즐비한 대구청과시장, 문구류시장 등 고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다양하게 비교하면서 살 수 있도록 했다.

`시장 빼고는 다 판다`라는 자긍심이 묻어나는 한 어물전 상인의 말처렴 칠성시장은 신선하고 값싼, 그리고 다양한 식자재들을 지역민들에게 공급하는 곳으로 다양한 과일, 생선, 채소류, 어패류, 건어물, 젓갈류가 많으며 김밥골목, 족발골목, 만두골목도 유명하다.

칠성종합시장은 칠성시장발전위원회를 발족해 시설의 현대화와 축제 등 이벤트를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민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신천공영주차장(420면), 칠성공영주차장(160면)을 가동하고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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