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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리더십 건설업계도 `女風`

황태진기자
등록일 2011-11-02 20:06 게재일 2011-11-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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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이은희 상무-이성희 본부장

이봉관 회장 장·차녀로 핵심적 업무

IS동서·울트라건설 등도 여성 고위직

남성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건설업계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서희건설의 이은희(38) 상무와 통합구매본부 본부장인 이성희(36)이사가 그 주인공. 두 여성임원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장녀와 차녀로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부드러움으로 건설현장을 누벼 `건설업은 거칠고 부정부패가 많다`는 건설업계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주고 있다. 이들 `오너딸-회장딸`은 마케팅이나 인테리어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업무뿐 아니라 자재구매·재무관리와 같은 핵심 업무까지 맡는 등 CEO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서희건설은 이 회장의 딸 셋에 외손녀 넷을 둔 `딸 부자`로 유명하다. 이 회장 측근은 “회장님이 경상도 출신이라 딸 셋을 뜻하는 숫자 3의 경상도 사투리인 `서이`라는 말에 딸들의 이름 돌림자인 `희`자를 붙여 이름을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평소 딸들에게 소설 `토지`에서 집안을 책임지는 여주인공인 `서희`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면서 “남자들보다 강건하게 회사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방송 중인 `서희스타힐스` 브랜드 광고에는 이 회장의 외손녀 4명이 직접 출연해 돈독한 가족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오너끼리 형제 사이인 반도건설(권홍사 회장)과 IS동서(권혁운 회장)도 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반도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유보라`는 권 회장의 큰 딸 보라씨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디자인팀장인 둘째딸 보영(34)씨는 방, 거실, 화장실 등을 일렬로 배치해 한 방향에서 4개가 보이는 `4베이`(Bay) 평면 개발에 힘을 보탰다. 권 팀장은 주말마다 타사 모델하우스를 다니면서 시장조사를 하는 등 일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S동서의 권혁운 회장의 딸인 권지혜(36) 마케팅실장은 지난 2006년 `에일린의 뜰`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다. IS동서 관계자는 “남매지간인 권민석 부사장과 우애가 좋아 의사결정 과정에서 긴밀한 협조가 이뤄진다”면서 “오너 2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예전보다 훨씬 젊고 신선한 감각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울트라건설 창업주 강석환 회장의 둘째딸인 강현정 대표이사는 이미 CEO자리에 오른 경우다. 지난 2003년 아버지 강 회장이 별세한 뒤 기획조정실장으로 회사에 합류해 어머니 박경자 회장을 보좌했고 부사장을 거쳐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여성 고위직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일처리가 꼼꼼하고 정확하다”며 “최근 건설업에서 금융, 타당성 분석, 엔지니어링 등 핵심분야가 주목받으면서 여성들의 업무 능력과 감성적인 리더십이 점점 더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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