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잠시만 같이 있어도 그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도지사의 꿈을 말하던 한 지방자치단체장을 동료와 함께 자리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그침 없는 언변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그 포스가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언변과 분위기라면 박보생 김천시장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능숙한 처세와 부드러운 이미지로, 지난 2004년 김천시 행정지원국장 자격으로 박팔용 전 김천시장을 대신해 행사장에 참석하면서 일약 시장후보군에 합류했고 또 시장이 됐다.

시장 취임 후에는 새벽 농사일을 계속해가며 시청에 출근하는 농부 시장으로서 진한 감동을 선사했지만 이후 자신을 강하게 보이려고 작심이라도 한 듯 시정운영에 강한 카리스마를 내보여 주위를 의아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선 4기 3주년을 맞아 단행한 최근 인사에서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승진에서 탈락한 한 간부공무원이 시장 앞에서 인사의 부당함을 들어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이 인사의 항명 소문은 시중에 쫙 퍼졌고 결국 박 시장의 인사와 관련한 각종 말들이 무성하게 만들어져 박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천시청의 인사조직은 오래전부터 “O고 출신이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 상위에 0고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서로 돕는 동반자였을지라도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인사 시점만 되면 동창 또는 동문간 치열한 경쟁자가 돼 서로 치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진 탈락이 더욱 섭섭했을지도 모른다. 박보생 시장도 항의한 간부공무원도 0고 출신임은 물론이다.

또 시중에는 이번 인사를 두고 `박씨 집안 인사`, `선거용 인사`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공교롭게 4급 승진자 3명 가운데 2명, 5급 승진자 9명 가운데 4명이 `박씨`로 박 시장과 성이 같아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아무려니 성을 골라가면서 승진시키기야 했을까마는 박보생 시장은 이번 인사 탓에 인사권자로서, 또 시장으로서의 권위에 큰 손상을 입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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