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사회성이란 같은 시대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객관적 약속이다. 세계화된 오늘날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와 다양한 문화 속에서 파생되는 불합리성으로 사회성에 어긋나는 각종 어휘들이 생성되어 쏟아짐을 볼 수 있다.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국적불명의 단어들이나 지역적 방언은 제외하더라도 어떤 특정한 집단이나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隱語), 대중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말로 그 시대와 세태를 반영하는 유행어, 이 유행어 수준을 넘어 어휘가 더욱 저속해진 속어(俗語)나 비어(卑語), PC통신 채팅방의 줄임말, 악플 등이 그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일상에서 내뱉는 상스러운 말로 된 숙어나 육담(肉談)으로 된 욕설을 대개 육두문자(肉頭文字)라 일컫는다.
육두문자란 욕을 의미하는 육담보다는 문자의 표현과 뜻이 서로 다른 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육두문자가 잘못된 언어관습으로 성(性)과 관련된 욕설이나 상스런 욕을 의미하게 되었다.
우리사회는 육두문자의 대중화시대가 되고 있다. 2000년 12월 문화관광부가 펴낸 ‘바람직한 통신언어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대화방에서의 비속어 사용 비율은 10대가 48.8%로 20대 16.3%로 10대가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며칠 전 ‘KBS 스페셜’은 아이들의 언어 습관 속에 뿌리박혀 있는 욕의 사용 실태보도에서 요즘은 중학생들은 초등생이 무섭다고 할 정도로 초등학생이 욕설의 주소비자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욕을 하는 학생은 97%, 뜻도 모르고 사용한다는 학생은 72.2%에 달했다. 욕은 다하는데 안하는 애들은 보통 혼자이거나 말이 없는 애들이라는 답이 나왔다. 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욕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욕을 하는 아이도 듣는 아이도 낯빛하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대중매체들을 통해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오락매체인 영화나 TV, 인터넷통신에서 저속한 언어가 현실감을 높이는 중요한 표현법처럼 인식되는 잘못된 생각에서 오락의 한 형태가 되어 등장한다.
동시다발 전파가 가능한 이러한 매체는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 미약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마치 그것이 권위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어 욕설이 나쁜 것이라는 가치관까지도 마비시켜 오히려 이를 우월한 것이나 되는 듯이 모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학습의 심리기재는 자신의 존재감, 소속감 우월감 등을 담고 있다.
욕설의 역기능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그 강도가 지나치게 되면 자칫하다가는 폭력으로 발전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욕의 정도가 심해지면 억양 또한 거세지며 거친 행동을 수반하고 공격성향을 띠게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욕설은 과격한 말로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을 수 있으며 이런 의도가 먹혀들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대개 이러한 10대들의 언어생활에 대해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학교에는 총 18개 항목으로 된 행동지침서를 명문화 하고 있다. 이 지침서에는 폭력, 마약, 절도, 방화 등 상스럽고 저속한 언행에 관한 행동 등이 주요 내용이다.
오늘날의 욕설문화는 욕하는 개인의 저급한 수준이 표출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의 기능은 더욱 확대되고 거칠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욕이 지금의 사회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사회가 그만큼 부조리와 불합리를 안고 있다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정치, 경제 등 사회 총체적인 분야에서 저절로 욕이 나오게끔 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연관해서 감정 표현의 수단인 언어가 거칠어지고 욕이 흉포화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언어는 그 민족의 문화의 지표이며, 국가의 사회윤리와 개인의 생각과 가치를 그대로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대학의 ‘할 어반’ 박사는 ‘긍정적인 말의 힘’에서 사랑이 담긴 말이 미치는 영향은 자신은 물론 소중한 가족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준다고 기술하고 있다. 인간이 말을 만들지만 말 역시 인간을 만들며 우리가 선택한 말이 곧 우리 인생의 부메랑인 것이다. 올바른 언어 사용의 사회풍토 조성과 서로에게 적절한 배려를 해주는 선진의식이 수반될 때 비로소 국민들은 한 차원 높은 언어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