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60일 무료 통항 명시…이란 “이후 수수료 재부과” 핵개발·우라늄 농축 문제는 최종 협상으로 넘겨 美 제재 해제·3000억달러 재건기금 약속에도 논란 지속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전문을 공개하면서 향후 중동 정세를 좌우할 핵심 쟁점들이 윤곽을 드러냈다. 전면적인 군사 충돌 중단과 경제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핵개발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 민감한 현안 상당수는 최종 협상으로 넘겨져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양해각서는 모두 14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미국과 이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행동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상호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은 최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30일 내 종료하고 최종 합의 이후 30일 안에 이란 주변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오가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고 항로 정상화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이 최소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및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과 금융거래에 대한 각종 제한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동결된 이란 자산의 사용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 공개 이후 오히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충돌 가능성이 높은 쟁점들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다. 제5조는 이란이 상선의 안전 통항을 “60일 동안만 무료로”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란이 오만 및 주변국과 협의해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체계와 해상 서비스를 정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협상 종료 후 통행료나 각종 해상 서비스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자유 통항을 강조해와 향후 양측의 해석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개발 문제 역시 최종 합의의 최대 난제로 남았다. 양해각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지만 농축우라늄 처리 방식과 향후 우라늄 농축 허용 범위 등 핵심 사안은 모두 추후 협상 대상으로 남겨뒀다. 사실상 핵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협상하기로 합의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제재 해제 문제도 변수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 조치, 미국의 1·2차 제재를 포함한 각종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강경 보수 진영에서는 지나친 양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실제 이행 과정에서 정치적 마찰이 예상된다.
최소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지원 계획 역시 재원 조달 방식과 참여 국가, 민간 투자 유치 여부 등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 계획이 중동 재건 사업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문 공개를 통해 드러난 또 다른 특징은 상당수 핵심 현안이 최종 협상으로 미뤄졌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은 60일간 현상을 유지하면서 핵개발, 제재 해제, 자산 동결 해제, 호르무즈 해협 관리 체계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양해각서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정치적 합의에는 성공했지만 중동 안보와 에너지 시장을 좌우할 핵심 현안들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겨둔 셈이다. 향후 60일간 진행될 본협상 결과에 따라 종전 합의가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새로운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