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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발달해 다 괜찮다고

등록일 2026-06-18 17:49 게재일 2026-06-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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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수필가

아침에 지인이 전화가 왔다.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려워서 전립선 이상인 줄만 알고 가볍게 생각하고 비뇨기과 의원에 들락거렸는데 알고 보니 방광암이었다고 한다. 지역병원에서 어찌해보려다 자식들의 권유로 서울에 있는 유명 병원 가서 1차 항암치료 받았다고 전하면서 전화가 왔다. 

마음이 많이 불안해서 어디가 내색도 못 하겠고 그래도 의학 지식을 조금 가지고 있는 내게 전화해 위안이라도 얻을 심정인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말을 보탰다. “전혀 걱정할 것 없습니다. 요즘은 의학이 너무 발전해서 큰 문제 없답니다.” 치아가 부실해도 임플란트로 갈아버리면 먹고 씹고 뜯는데 전혀 이상이 없듯 우리 인체도 점차 향상된 의료 기술로 인해 암까지도 전혀 문제없이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모든 병을 다 치료할 수 있다고는 말은 못 하지만, 어지간한 단계까지는 올라와 있음은 분명하다. 이미 AI가 탑재된 로봇이 동원되는 수술까지 한다니까 말이다. 

암에 걸렸다는 지인에게 나는 마치 감기 걸린 환자에게 약 먹고 땀 좀 내고 시간만 보내면 낫는다는 식으로 말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줘야 하기에 정말 물어볼 말이 아닌 이 말부터 한 것이다. 아마 주위에 이런 분이 있다면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이게 기본 답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따뜻한 위로 속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을 간과하곤 한다. 바로, 의학이 발달했다고 해서 모두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돈이다. 건강관리 측면의 경제적 대책이 있어야 향상된 신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신기술로 치료받기 위해선 몇천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요즘 허리 아파서 병원 가는데 한번 치료비가 도수치료니 해서 몇십만 원이 날아간다. 이 말인즉 서민들은 병에 걸리면 병원비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다 낫는 게 아니라 병원비 댈 여력이 있어야 낫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인이 서울에서 항암치료 한 번 하는 데 100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몇 차례 더 받아야 한단다. 암 치료비는 아직 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가 많은지 모르겠다. 요즘 세상은 돈 없으면 죽고 돈 있으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명심해야 한다. 빠듯했다면 문제는 조금 심각하다. 당장 지급해야 할 병원비에 앞이 깜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식들이 본인의 병원비를 넉넉하게 댈 형편이 되면 모르겠다만 그렇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말 것이다. 돈 없어 부모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게 하고 돌아가시게 했다는 상처를 평생 가슴에 심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자연스레 예전, 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기억이 겹쳐온다. 당시만 해도 암에 걸리면 무조건 돌아가신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절이라 아버지가 암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을 때도 죽음이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주위 분들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남은 아쉬움과 슬픔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살릴 수 있는데 돈이 없어 죽는 세상이 되고 보니 자식 처지에선 너무도 안타까운 노릇이 아니겠는가. 세상 좋아져 암도 낫게 만든다는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노병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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