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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의 꽃, 대웅전 꽃살문

등록일 2026-06-04 17:09 게재일 2026-06-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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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있는 오어사(吾魚寺) 대웅전은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영조 17년(1741)에 중건한 기록을 가진 단아한 건물이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이 건물은 내부에 구름, 학, 화염보주(火焰寶珠) 등으로 장식된 우물천장과 용과 연꽃으로 장식된 닫집도 아름답지만 정면에 보이는 화려한 꽃살문이야말로 ‘오어사의 꽃’이다.

꽃살문이란 문살에 꽃무늬를 새겨 만든 문을 뜻한다. 전통 건축에서 꽃살문은 문살을 기본으로 하여 꽃 모양의 문양을 조각과 채색으로 장식한 것으로 사찰의 법당문에 많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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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 대웅전. /박창원 제공

절집의 살문은 그 구조에 따라 대체로 날살문, 띠살문, 격자살문, 빗살문, 솟을살문, 통판투조꽃살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날살문은 문틀 안에 세로로 살을 지른 형태이고, 띠살문은 날살문의 위·아래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상·중·하 세 단으로 나누어 가로살을 지른 형태이다. 격자살문은 날살과 씨살을 같은 간격으로 질러 사각형, 즉 격자(格子)로 짠 형태를 말한다. 빗살문은 두 살을 45도 경사지게 걸쳐 빗살처럼 짠 형태인데, 여기에 꽃을 장식하면 빗꽃살문이 된다.

솟을살문은 날살과 씨살, 그리고 빗살까지 넣어 짠 형태로 여기에 꽃장식을 하면 솟을꽃살문이 된다. 통판투조꽃살문은 널판에 꽃을 비롯한 여러 무늬를 통째로 새겨 문틀에 끼운 형태로 성혈사 나한전을 비롯하여 정수사 대웅보전. 선암사 원통전, 용문사 윤장대 등에서 볼 수 있다.

이 중 날살문, 띠살문, 격자살문은 보통 꽃장식이 없고, 빗살문과 솟을살문은 꽃장식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이 있는데, 꽃장식이 있는 것은 빗꽃살문, 솟을꽃살문이라 부른다. 통판투조꽃살문에는 반드시 화려한 장식이 수반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꽃살문이란 빗꽃살문, 솟을꽃살문, 통판투조꽃살문을 한정하는 말이다.

절집의 꽃살문 중에서는 내소사 대웅보전, 통도사 대웅전, 쌍계사(논산) 대웅전, 정수사 대웅전, 성혈사 나한전, 기림사 대적광전의 것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꽃살문에 표현된 꽃은 연꽃, 모란, 국화가 주를 이루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관념적인 꽃들도 적지 않고, 정수사 대웅보전처럼 화병에 꽃을 꽂아 놓은 모습을 그린 것, 성혈사 나한전의 경우처럼 연못의 풍경을 묘사한 것도 있다.

정면 3칸인 오어사 대웅전은 중앙의 어칸(御間)과 왼쪽의 좌협칸(左挾間), 오른쪽의 우협칸(右挾間)에 각각 3짝씩의 문이 달려 있는데, 열어서 들어 올릴 수 있는 분합문(分閤門)이다. 총 9짝의 문에 모란, 국화, 연꽃, 연꽃봉오리 등 4가지 모양의 꽃장식을 했는데, 꽃살문의 종류로 보면 빗살문에 여러 가지 꽃장식을 한 빗꽃살문에 해당한다.

중앙에 있는 어칸의 경우 가운데 문에 모란을 18개(1개는 탈락), 그 좌우의 문에는 국화를 각각 18개씩 배치하였다. 좌협칸의 경우 가운데 문에 연꽃이 15개, 연꽃봉오리가 3개(가운데 세로줄 맨 위에 하나, 맨 아래에 둘) 있고, 그 좌우의 문에는 국화가 각각 18개씩 조각되어 있다. 우협칸의 경우 세 짝 모두 18개씩의 국화가 장엄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오어사 대웅전의 꽃살문에 장식된 국화, 모란, 연꽃(연꽃봉오리 포함) 등 세 종류의 꽃 중에서 국화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좌협칸의 가운데 문에 표현된 꽃은 그동안 모란으로 알려져 있었다. 옆에 함께 있는 봉오리도 모란봉오리로 잘못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어칸 가운데에 표현된 모란(18개)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운데가 비교적 평평한 모란에 비해 연꽃은 이 부분(씨방)이 도드라져 보이는 특징이 있다. 또 가장자리가 비교적 둥그스름한 모양의 연꽃에 비해 모란은 굴곡을 많이 주어 풍성한 꽃잎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옆의 봉오리는 당연히 연꽃봉오리로 봐야 한다. 비슷한 모양의 내소사 대웅보전과 쌍계사(논산) 대웅전의 경우도 전문가들은 연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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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살문으로 유명한 내소사 대웅보전. /박창원 제공

꽃살문으로 소문난 내소사 대웅보전, 통도사 대웅전, 쌍계사(논산) 대웅전, 정수사 대웅전, 성혈사 나한전의 꽃살문 중에서 오어사 대웅전은 전체적으로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문과 비슷한 양식을 보여 주고 있다. 꽃살문의 구조가 내소사와 같은 빗꽃살문이란 점에서 그렇고, 새겨진 꽃의 형태와 조각 기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내소사의 꽃살문이 오어사 꽃살문보다 꽃의 종류가 다양하여 국화, 모란, 연꽃 외 다른 꽃들도 보이며, 깊게 파서 입체감을 강조하는 등 조각 수법에서도 기교가 많이 들어가 있다. 구조면에서도 내소사 대웅전엔 빗꽃살문 외에 솟을꽃살문도 있어 오어사 대웅전 꽃살문보다 화려한 편이다. 그리고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살문에는 꽃에 앉은 나비를 장식하여 멋을 잔뜩 부리는 한편 장인의 능숙한 솜씨를 맘껏 뽐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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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문양의 오어사 꽃살문. /박창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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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 대웅전 어칸의 꽃살문. /박창원 제공

오어사 대웅전의 꽃살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어칸 가운데 문에 새겨진 모란 문양이다. 여기에 표현된 모란은 모란 특유의 풍성한 꽃잎을 매우 정교하게 묘사하여 실제 꽃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소사 꽃살문에 표현된 모란보다 더 아름답다.

오어사 대웅전 꽃살문은 언제 제작되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으나 문의 노후 상태 등을 감안하면 1741년 대웅전을 중건할 당시에 제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오어사 대웅전 꽃살문은 그 가치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 이유는 오래전에 입혔던 단청의 색이 많이 바랬고, 문살에 먼지가 너무 많이 끼어 그 화려함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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