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의 아이가 있다 보니 주말은 늘 아이를 중심으로 한 일정이 잡혀있는 편이다. 슬슬 역사나 지리에 대해 알아야 할 나이가 되었기에 이번엔 직접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게 최고다. 거기에 이왕이면 추억도 함께 남기자 싶었다. 그렇게 정해진 곳이 영주였다.
영주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무섬마을이다. 물 위에 떠있는 섬이라 무섬마을이라 한다. 넓은 모래밭 위로 가느다란 외나무다리가 길게 놓여 있다. 물이 적어 모래밭 반 강물 반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대피소처럼 마주 오는 사람을 비켜 가게 조금 넓게 나무판이 놓여 있다. 서로 양보하는 마음을 갖고 건너야 한다. 물이 얕아 보이는 데다 반은 모래밭이라 만만히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다 물살이 조금 세지자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앞서 걷던 관광객들도 멈칫하는 모습이다. 더러 되돌아가기도 했다. 애써 먼 쪽을 바라보고 끝까지 건너갔다. 무사히 건너고 나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급등장한 아들의 성장통으로 다리를 건너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 장소로 출발하기 전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강 건너 풍경을 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솔솔 부는 바람 소리에 상인과 지인의 말소리만 간간히 들려왔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소수서원이다. 소수서원은 임금으로부터 어필 현판을 하사받은 국가 공인 최초의 사학 기관이다. 또한 2019년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9개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같은 ‘주’자를 쓰는 도시에서 왔다 하여 입장료를 50퍼센트나 할인 받는 행운이 있었다. 선비마을은 수리 중이라 방문이 불가했지만 반값으로 입장하는 행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명륜당에서는 선비 두 분이 유교 경전을 낭독중이셨는데 친절하게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앞으로 자랄 아이들에게 선비정신이나 예절 교육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등을 나누고 돌아 나왔다.
소수서원을 나와 부석사로 이동했다. 부석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부석사라는 바위 아래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 돌이라 불린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은 속세에서 불국토로 나아가는 여정을 몸으로 체험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도착까지 제법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안양문을 지나면 무량수전으로 만나게 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안양루는 1576년 선조 9년에 건립된 건축물이다. 안양루는 극락을 의미한다.
무량수전은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중 하나다. 배흘림 기둥, 안쏠림, 귀솟음, 안허리곡 등의 건축기법이 사용되었다. 현판은 1361년 홍건적의 난으로 몽진한 공민왕이 남긴 글씨다. 그 앞에는 통일 신라 시대의 전형적인 팔각등인 석등이 있다. 비례와 정교함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외에도 석단, 당간지주, 3층 석탑, 소조여래좌상, 조사당 벽화, 고려목판 등 많은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은 마침 체험행사까지 있어 멋진 승무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세종학당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방문해 함께 공연을 즐겼다. 극락으로 가는 과정은 꽤 어려웠으나 현실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수월했다. 그새 아이의 성장통이 멈췄는지 발걸음이 가볍다. 등을 달고 받은 청포도 사탕의 달콤함 속에서 영주 방문기는 무사히 종료되었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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