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어민들에게 대게는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다. 인내의 시간이다.
코끝부터 등딱지까지 9cm. 이 한 마디 길이를 채우기까지 대게는 깊은 바다에서 7년을 버틴다. 그 시간 동안 어민들 역시 ‘자원 보호’라는 이름 아래 기다림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요즘 영덕 강구항과 포항 구룡포항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르다. 만선의 기쁨 대신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자조가 퍼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수입산 대게의 ‘이중적 지위’다. 러시아와 일본에서 들어오는 대게는 국내 반입 순간 ‘수산자원’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된다.
그 결과, 국내 어민이 잡으면 불법이 되는 치수 미달 대게나 암컷이 수입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제약 없이 유통된다.
법은 분명 존재하지만 적용 대상이 다르다. 자국 어민에게는 엄격한 규제가, 수입산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잣대가 적용되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이를 ‘역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원을 지키려는 이들이 오히려 시장에서 밀려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역시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3년 실적을 크게 반영하는 할당 방식은 어획량 감소가 다음 해 할당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남는 물량이 있어도 행정 절차에 막혀 실제 필요한 어선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원 관리가 아닌 ‘숫자 관리’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정부가 법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고 지자체 간 할당량을 유연하게 조정하려는 시도도 시작됐다.
하지만 대응이 늦었다는 현장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핵심은 단순하다. 수입산이든 국내산이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형평성’이다. 최소한 같은 규칙 아래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다.
7년을 기다린 대게와 그 시간을 함께 견딘 어민들. 그들의 노력이 법의 빈틈 속에서 무너져서는 안 된다. 어민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상식적인 규칙,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