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전문 독립서점 ‘책방수북’ 주인장 김강 작가
내과 의사의 손은 차가워야 한다. 청진기 너머 들려오는 숨소리 뒤에 숨은 질병의 징후를 포착하고 냉정한 진단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근 후 그 손이 펜을 잡으면 풍경은 달라진다. 타인의 고통을 진단하던 손은 어느덧 삶의 행간을 어루만지는 문장을 써 내려간다.
지난 20일 오후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골목에서 진료실과 서재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사내를 만났다.
내과 개원의이자 2017년 등단한 소설가, 출판사 ‘득수’ 대표이며 문학 전문 독립서점 ‘책방수북’의 주인장인 김강(54) 작가다.
김강에게 진료실은 철저한 전문가의 공간이다. 그는 “진료를 잘하는 의사와 친절한 의사 중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한다”고 말한다.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타협 없는 정확함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이다.
이러한 전문가적 엄격함은 그의 문학관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최근 문단에 범람하는 재난과 사고의 즉각적인 소설화를 경계한다.
“사건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타인의 고통을 문학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작가적 태도다.
그가 2021년 책방과 출판사를 동시에 연 배경에는 지역 작가로서 체감한 현실적 장벽이 자리한다. 첫 소설집 발간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통해 “나도 이렇게 힘든데 남들은 오죽할까”라는 마음으로 직접 문학의 정거장을 세우기로 했다.
‘책방수북’은 소설가·의사·출판인이 한데 모인 다중역할이 빚어낸 공간이다. 온라인 서점과는 다른 대면의 대화와 만남을 중심에 둔 결과, 3년 만에 참여 작가 100여 명, 회원 1000명을 넘어서며 포항의 문학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최근 그는 취재 여행 중 돌연사한 청년 작가(故 권산)의 유고집 발간을 위해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고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담담하게 그와 약속했던 원고들을 정리해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슬픔을 팔지 않고 문장을 지키려는 그의 태도에서 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읽힌다.
그의 문장은 차가운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관찰자를 닮았다. 조급해하는 후배들에게 “삶이 익어가는 연한을 기다리라”고 건네는 조언은 본인이 견뎌온 시간의 증명이다.
“책방에 앉아 있으면 힐링이 된다”며 웃는 그에게서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일궈낸 공간의 힘을 본다.
몸의 병은 진료실에서 마음의 허기는 양덕동 골목 끝 책방에서 채우는 그의 이중생활이 포항의 문학을 일궈내고 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