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촉구안 채택 이어 한수원 본사 직접 방문… 86% 찬성 뒤에 숨은 절박한 민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골목마다 ‘유치’를 알리는 현수막이 봄바람에 나부낀다. 누군가에게는 에너지 안보의 숫자일 뿐인 ‘원전’이, 이곳 영덕 사람들에게는 무너져가는 삶의 터전을 붙들 마지막 밧줄이 됐다. 군의회가 유치 촉구 안을 채택하고 군수가 직접 한수원 본사로 달려가 신청서를 건네기로 한 23일은, 영덕이 국가에 던지는 ‘생존의 질문’이 공식화되는 날이다.
영덕의 시계는 이날 오전 10시 군의회 본회의장에서부터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김성호 군 의장을 포함한 의원 7명 전원이 참석해 ‘신규 원전 건설 후보 부지 유치 촉구 건의안’을 공식 채택한다. 지역의 대의기관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 유치가 단순히 관 주도의 행정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선 지역사회의 합의임을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의식과도 같다.
이어 오후 3시 30분, 영덕의 간절함은 경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로 옮겨간다. 김광열 영덕군수와 군 의원, 도의원, 그리고 주민들로 구성된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직접 입지 실을 찾아 유치 신청서와 촉구서를 전달한다. 서류 뭉치 속에는 군민이 품은 희망과 우려, 그리고 소멸의 공포를 이겨내려는 처절한 갈망이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보의 밑바탕에는 지난달 확인된 86.18%라는 압도적인 주민 찬성 여론이 있다. 과거 원전 유치 과정에서 겪었던 깊은 갈등의 상처를 기억하는 이들이 다시 ‘원전’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발생한 대형산불,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원전을 매개로 한 지역 재생만이 공동체를 지킬 유일한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숙제도 남는다. 압도적 찬성이라는 숫자 이면에 여전히 존재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어떻게 보듬을지, 그리고 이번에는 정부와 한수원이 지역의 희생에 합당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전달될 신청서는 단순한 행정 서류가 아니라 영덕의 미래를 향한 군민들의 간절한 호소문”이라며 “원전이 지역에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람이 모이고 꿈을 꾸는 공간으로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