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만의 2월 고온에 채취 한 달 앞당겨 종료... 생산량 반토막에 농가·소비자 ‘비명’
매년 3월 말까지 이어지던 울릉도 특산품 ‘우산고로쇠’ 수액 채취가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막을 내렸다. 역대급 고온 현상과 적설량 부족이 맞물리면서 수액 생산량이 급감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 비상이 걸렸다.
9일 울릉군 산립조합 등에 따르면 현재 울릉도 전역에서 고로쇠 수액 채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예년 같으면 한창 수액이 쏟아질 시기지만, 올해는 나무에서 더 이상 수액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이상 고온이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 따르면 올해 울릉도의 2월 평균기온은 4.68℃를 기록했다. 이는 1938년 울릉도 기상 관측 이래 2월 평균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1.78℃)와 비교하면 무려 2.9℃나 급등했다. 고로쇠 수액은 밤사이 얼어붙었던 나무 내부의 압력이 낮아졌다가, 낮에 기온이 오르면서 발생하는 압력 차를 이용해 채취한다. 일교차가 커야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기온이 꾸준히 높게 유지되면서 나무가 휴면기를 일찍 끝내고 잎을 틔울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겨울철 적설량 감소도 직격탄이 됐다. 올해 울릉도 적설량은 214cm로, 지난해 259cm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쌓인 눈이 서서히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야 하지만, 적설량이 줄어든 데다 기온까지 높아 땅이 일찍 마르면서 수액 생성 조건이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생산량 급감은 현장의 혼란으로 번지고 있다. 우산고로쇠 특유의 은은한 인삼 향을 잊지 못해 주문을 서둘렀던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수액을 구매해 왔다는 한 소비자는 “3월 초에 벌써 품절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믿기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판매처들의 고충은 더 심각하다. 채취 기간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짧아지면서 농가 수익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최영식 울릉군 산림조합장은 “조합뿐만 아니라, 각 농가도 이미 들어온 예약 물량조차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밀려드는 주문을 정중히 거절하거나, 기존 주문을 취소하고 환급해 주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관계자는 “2월 평균기온의 기록적인 고온화가 고로쇠 생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라며 “기후 변화가 지역 특산물 생산 지도를 바꾸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와 농가 지원책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천혜의 자연 조건에서 생산되던 우산고로쇠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면서, 울릉도의 이른 봄 풍경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단순히 한 해의 흉작을 넘어 지역 특산물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기후 적응형 전략과 농가 피해 보전 체계 마련 등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