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은 경북도립교향악단의 숨결로 가득 찼다.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정경민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찬우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과 900여 명의 포항시민이 찾은 이곳에서, 제7대 상임지휘자 서진의 취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성대하게 개최됐다. ‘세대 공감 Stage On’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은 음악의 보편적 언어로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이루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쌓은 탄탄한 음악적 기반 위에, 서진(51)은 이날 무대에서 절묘한 균형과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경북도향을 이끌었다. 특히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은 러시아 민속 설화의 활력을 관현악의 웅장한 색채로 재현해냈으며, 청중들은 마치 키예프 평원을 누비는 듯한 생동감에 숨을 죽인 채 음악에 빠져들었다.
피아니스트 박종해(36)와의 협연은 이날 공연의 정점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그는, 작곡가의 내적 투쟁과 치유의 과정을 격정과 서정의 교차로 풀어냈다. 1악장의 격렬한 피아노 트릴과 오케스트라의 충돌은 고독한 사투를 연상시켰고, 2악장의 유려한 선율은 평온함 속에 깃든 강인함을 드러냈다. 마지막 3악장에서 펼쳐진 생동감 넘치는 리듬은 승리의 찬가를 외치며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두 차례의 커튼콜 끝에 쏟아진 환호는 그의 연주가 남긴 깊은 울림을 증명했다.
휴식 후 이어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은 플라멩코의 열정과 집시의 자유로운 정신을 관현악의 다채로운 음색으로 표현해냈다. 타악기와 현악기가 빚어낸 리듬의 향연은 마치 스페인의 태양 아래 펼쳐진 축제를 연상시켰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는 고대 로마의 시간을 현재에 소환했다. 보르게세 공원의 아침 햇살부터 카타콤의 신비로운 어둠까지, 서진의 지휘 아래 경북도향은 음표로 그려낸 역사 속을 유유히 거닐었다. 관객들의 열띤 앙코르 요청에 답한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 선율은 이날의 여운을 영원히 각인시켰다.
이번 취임 연주회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1995년 개관 이래 포항 지역 문화예술의 심장 역할을 해온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품격과 경북도향의 숙련된 연주가 만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서진 지휘자의 합류로 한층 농익은 음악적 역량을 선보인 경북도향은, 앞으로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고품격 클래식 문화를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이번 공연이 경북도향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앞으로도 경북도는 도립예술단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넘어 도민의 삶과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공공 예술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경민 경북도의원(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경북도향 신임 지휘자 취임 연주회는 경북도향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며 “서진 지휘자와 단원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음악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는 밤이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