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 등 북부권 주민 설득 과정 필요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경북 북부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이들 지역에 대한 설득이 통합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지난 2020년과 2024년 통합을 추진했지만 경북북부권 주민 반대 및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번번히 좌절됐다. 하지만 정부의 행정통합 지원 내용이 알려지면 통합론이 대세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북북부권에서는 “발전 담보 없는 통합은 지역 소외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다시금 확산되고 있다. 이전 통합 논의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경북북부권은 ‘대구로 흡수 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앞서 권기창 안동시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청 이전 10년도 안 돼 다시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별시청 소재지를 안동으로 명시하고 북부권 발전 전략을 선행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6일 주민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입장을 수렴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천군 김학동 군수도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도청 신도시 인구 목표가 절반에도 못 미친 상황에서 통합은 신도시 공동화를 초래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예천군도 군민들이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운영해 군민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갈 계획이다.
영주시의회는 “대구 중심의 흡수 통합은 경북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봉화군은 박현국 군수가 “북부권 균형 발전을 법적으로 보장한다면 찬성할 수 있다”는 조건부 입장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영양·청송권 등도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들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도청 신도시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는데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졸속”이라며 대구·경북 행정통합 자체를 불신하고 있다, 특히, 도청 신도시 발전 보장, 행정 중심지 위치 명확화, 주민 공론화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통합에 찬성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경북도의회에서도 최근 행정통합 관련 의견을 청취했지만 북부권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면서 의결 과정이 최대 고비로 떠올랐다. 도의회 내부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지방시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경북도의회는 27일 경북도기획조정실장 및 지방시대국장 등이 참석하는 ‘제3차 경북대구행정통합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공식적인 회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28일 임시회 개회 때 이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해 찬반 표결을 거쳐 찬성이나 반대 의사를 표시할 예정이다.
결국 북부권의 반발과 도의회 의결 과정이 대구·경북행정통합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부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조건 없는 통합은 지역 소외와 도청 신도시 공동화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을 공유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일부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반대와 신중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세론에 힘입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균형 발전과 정체성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어 도의회와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 향후 통합 추진의 성패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