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여기서 장사했지만 올겨울 들어 오늘이 제일 매섭네요. 손님은커녕 지나가는 강아지도 안 보입니다”
22일 오전 경북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평소라면 상인들의 투박한 호객 소리와 활기로 가득했을 골목에는 살을 에듯 파고드는 칼바람 소리만 가득했다. 동해안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닷바람이 영하의 기온과 만나 시장 전체를 거대한 냉동고처럼 얼려버린 형국이었다.
이날 포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도까지 떨어지며 올겨울 최저치를 기록했다. 초속 5m가 넘는 강풍 탓에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영하 13도를 밑돌았다.
시장 상인들은 저마다 ‘중무장’을 한 채 동장군과 사투를 벌였다. 귀달이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눈만 간신히 내놓은 채 두꺼운 패딩 위로 비닐 앞치마까지 둘러치며 찬 공기에 맞섰다.
가게 앞 드럼통 화로에는 폐박스와 장작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상인들은 연신 시린 손을 장갑째 화로 가까이 들이밀며 온기를 갈구했다. 한 상인은 화로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다시 얼어붙는 손끝을 문지르며 “사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고 말했다.
강추위에 시장 가판대의 풍경도 완전히 바뀌었다. 좌판에 놓인 가자미와 문어 위에는 하얀 살얼음이 꼈고 채소 상점들은 배추와 무가 얼어 터질까 두꺼운 솜이불과 비닐을 겹겹이 덮어씌우느라 분주했다.
한 상인은 “생선이 돌덩이처럼 얼어붙어 칼날조차 들어가지 않는다”며 “날이 너무 추우니 주부들이 노점 대신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린 것 같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내 식당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을 앞둔 시각이었지만 테이블 대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상인 이모 씨(65)는 “신년 대목이라 단체 손님 좀 받나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며 “오전 내내 마수걸이도 못 한 집이 수두룩하다”고 씁쓸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륙을 중심으로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어 수도 동파 등 시설물 관리와 건강관리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