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과잉 장기화에 매수 전환 지연⋯수요 위축 아닌 ‘시간 지연 효과’ 분석
대구 아파트 시장에서 이번 상승 국면의 매매 회복이 과거보다 더디게 나타난 배경에는 수요 위축이 아닌 전세시장 과잉 공급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서재성 ‘부동산 전환점을 읽는 기술’ 저자는 KB부동산의 2008년 이후 약 18년간의 대구 아파트 매수우위지수와 전세수급지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세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매매 회복 시점을 늦췄다고 분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현장 중개업소 조사를 통해 매수 문의와 매도 문의의 상대적 강도를 수치화한 매매 심리지표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매물의 부족·여유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시장이 타이트한 상태를 의미한다.
원자료에 따르면 대구 전세수급지수는 2023년 1월 2일 32.8까지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다시 넘은 시점은 지난해 2월 17일(105.5)이었고, 140선 회복은 같은 해 10월 13일(141.9)에 이르러서야 확인됐다.
과거 흐름을 보면 전세수급지수가 140선 이상으로 올라설 경우 매수우위지수도 20~30선 이상으로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실제로 2009년과 2016~2017년 국면에서는 전세수급지수 상승 이후 매수우위지수가 20~30선으로 복귀했고, 이후 40~50대까지 확장되는 흐름도 관측됐다.
그러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전세시장이 극단적인 과잉 구간에 장기간 머물면서 전세수급 정상화 자체가 늦어졌고, 그 결과 매수 심리 회복도 지연됐다. 전세 선택지가 풍부한 상황에서는 실수요자가 굳이 매수로 전환할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매매 시장에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서 저자는 “이번 상승장에서 매매 회복이 늦어진 것은 집을 사려는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전세공급이 충분해 매수 전환 압박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는 침체 신호라기보다 전세시장 구조가 만든 시간 지연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공급이 점진적으로 소화되고 전세 압박이 다시 커지는 국면에서는 과거 사례와 유사하게 매수우위지수도 보다 뚜렷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