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지인을 약속 장소에 오전 9시 30분까지 기다리라고 일러두었던 참이었다. 일주일 동안 제대로 쉬어볼 틈도 없이 시간을 쪼개며 사는 낭만선생은 본인이 생각해도 역마살이 낀 게 분명하다. 어쩌다 시간이 나서 집에 있을라치면 좀이 쑤신다. 오늘도 시니어 대학에 강의가 있어 준비하던 참이었다. 시간을 지체해 마음이 다급해진 낭만선생은 수강생들에게 나누어줄 신문과 수업자료, 핸드폰 등을 주섬주섬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자가용 문을 열며 들고 있던 폰을 운전석 지붕 위 올려둔 채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낭만선생의 하루는 언제나 시간과의 전쟁이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얼마를 달리다가 지인한테 출발했다는 소식을 알리려고 핸드폰을 찾았으나 눈에 띄질 않았다. 차 안을 샅샅이 뒤졌건만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수업시간에 수강생에게 사진 찍는 법에 대하여 전수해야 할 게 있는데 핸드폰이 없으니 큰일이 아닌가? 마음이 초조해진 낭만선생은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돌려 아파트에 들어왔다. 경비실을 찾아 폰 번호를 가르쳐주며 걸어달라고 부탁하고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니. 어디선가 가냘프게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차 안에서 울리는 소리 같았다. 문을 열고 있을 만한 곳을 이를 잡듯이 뒤졌건만 손전화기는 보이지 않는다.
차 문을 열고 나와 차 지붕 위를 보니 가까스로 차 위에 아슬하게 얹혀 있는 게 아닌가? 시동을 걸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오르막을 달렸는데도 떨어지지 않고 용케 붙어 있었다. 휴~~ 하고 한숨을 돌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운수대통하지 않았는가! 차가 달리는 속도에 의해 땅에 떨어지는 날엔 분명 폰은 박살이 났을 테고 그 안에 들어있는 오만가지 정보는 얼마이며 오늘 수업으로 채택한 과목은 난감한 처지에 놓일 것은 뻔한 이치이니 이건 신께서 도우신 게 분명했다. 하느님 부처님 옥황상제님께 감사를 표한다.
낭만선생의 실수는 어디 이뿐이더냐?
하루는 아내가 서문시장에 볼일이 있으니 같이 가달라고 부탁해 푹푹 찌는 날씨에 얼른 다녀온다 싶어 차를 몰고 서문시장 주차장에 주차해 두었다. 아내와 낭만 선생은 이것저것 식품이며 필수품을 사서 여유작작하며 지상철을 타고 얼마를 갔을까. 열차 내에서 어떤 부인 둘이서 실수한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곁에서 듣던 아내가 “여보 우리 자가용 타고 오지 않았어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낭만선생 “맞다, 우리 차를 가지고 왔지” 하며 두 내외는 부리나케 내려 다시 서문시장 주차장으로 갔다. 승용차가 겸연쩍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고 온 자가용은 팽개치고 사람만 따로 가다니?, 부창부수라 어찌 두 내외가 똑같이 까먹을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두 내외의 케미가 천생연분이거나 대프리카의 더위 탓이라 자위해 본다.
하루는 수업 중 글씨가 잘 안 보여 안경을 닦았다가, 잠시 후 안경이 사라졌다.
“내 안경 어디 갔지?” 수강생, 한 사람이 말했다. “선생님, 머리 위 한번 만져보세요.”
그랬다. 안경은 머리 위에 있었다.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됐고, 낭만선생은 멋쩍게 말했다. “이게 바로 머리 위 패션이지요.” 그의 실수는 때론 수업보다 더 큰 배움이 된다.
“완벽하려고 하면 웃음을 잃어요. 실수도 삶의 향기지요.” 그의 말처럼, 살아간다는 건 잊어가는 순간에도 서로를 발견하는 일이다. 낭만선생은 오늘도 수업 준비를 하며 다짐한다.
“이번엔 절대 안 깜빡하리라.” 그러나 잠시 후 또 외친다. “어이쿠, 내 핸드폰 또 어디 갔지?”
그의 실수는 끝이 없고, 그 웃음도 끝이 없다.
/방종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