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윤규 포항문화연구소 소장 포항문화의 뿌리와 원천 연구·학술적인 이론 개발을 위해 노력 고전·향토사 연구 권위자···"연구 성과, 시민의 삶에 연결" 목표
“조선 시대 포항의 선조들이 성리학을 토대로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며 남긴 유산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당장의 현실에 치우쳐 학문과 문화로 시대를 이끌었던 그 정신을 잇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소홀해지고 있지는 않을까요?”
최근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 김윤규 한동대 명예교수(문학박사)는 1996년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포항문화의 뿌리와 원천을 연구하고 학술적 이론을 개발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인문학자다. 그동안 ‘죽장입암시가산책’ 등 21건의 저서와 ‘국역암재창수록’ 등 18건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포항고전문학사 시론’ 등 48건의 논문을 발표하며 고전 및 향토사 연구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우리 정체성의 근간이자 문화적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초석인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포항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되셨다. 문화원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인 연구소를 소개해 달라.
△포항문화연구소는 1996년 포항문화원 부설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어, 지역 문화의 뿌리와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해 온 싱크탱크다. 연구소는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 성과가 시민의 삶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초대 배용일 교수님을 비롯해 역대 소장과 연구위원들께서 포항학의 기초를 다져오셨고, 김삼일 교수님에 이어 올해부터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현재 연구소에는 각 분야의 전문 연구자 열세 분이 매년 포항 관련 단행본 발간과 신규 연구, 시민 대상 연구 성과 공유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연구소의 단기·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특히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포항에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민께 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포항의 옛 지도와 고문헌을 시민에게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는 열린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포항 시민이 지역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수준 높은 문화 자료를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도록 연구 성과를 집적·정리하여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타 지역과의 비교 연구나 국제적 협력 계획이 있는가?
△연구소는 그동안 입암 시가, 유배문학, 서원, 독립운동, 민속, 지리지 등 다양한 주제로 단행본 15권을 포함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축적해 왔다. 포항 문화 연구는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과의 교류는 물론 일본 학자들과의 학술 토론, 대학과의 연구 협력도 지속해 왔다. 특히 환동해 해양문화,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문화 변화는 국제적 비교 연구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
-포항만의 문화적 정체성과 후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본래 인문적 전통이 깊은 1차 산업 중심 지역이었던 포항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스스로의 문화적 뿌리를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린 측면이 있다. 포항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문화권과 전통, 산업과 장인 정신이 공존해 온 매우 다층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포항의 큰 장점이다. 이제는 산업화의 성취 위에서, 우리 삶을 문화적으로 품위 있게 누리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조상들이 누렸던 문화적 품위에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 문화유산을 전파하기 위한 계획은?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기는 가치다. 연구소는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적 내용이 디지털 기술과 만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다행히 포항에는 우수한 대학과 연구 인프라가 있으며, 인문학과 기술이 결합할 여건도 충분해 지역사회와 협력한다면 포항만의 인간 중심적 디지털 문화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 참여를 위한 계획은?
△포항문화연구소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 현장이다.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연구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청소년이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성취를 인정받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마을의 지명, 전설, 놀이를 직접 조사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사람을 이해하는 경험도 제공하고 싶다. 이러한 경험이 청소년의 자존감을 높이고, 포항문화의 미래를 밝히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포항의 문화유산은 단순한 행정 관리 대상이 아닌 시민 모두의 자산이다. 이해하고 찾고 즐기는 사람이 곧 주인이다. 우리 지역에는 서원과 정자, 문헌과 무형의 유산이 풍부하며, 그 공간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존재한다. 문화연구소는 언제든 시민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