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전기, 그리고 단순한 구조체만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해 안전한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항공과대학교는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연구팀이 ‘태양광’과 ‘전기’를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초미세 입자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정수 기술을 구현했다고 12일 밝혔다.
복잡한 장비나 고압 펌프 없이 작동하는 이 기술은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 심각한 지역의 식수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은 여전히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막(membrane) 여과 방식은 고압 펌프와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고 막이 쉽게 오염돼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대체할 기술로 ‘나노전기수력학적 여과’ 원리를 적용했다. 이는 물속 미세 입자에 전기장을 가해 10나노미터(nm) 이하의 초미세 입자까지 밀어내는 방식으로 별도의 막 없이 작동한다.
정수 시스템은 셀룰로오스 스펀지와 면섬유로 만든 다공성 구조체에 특수 코팅을 입혀 제작됐다. 물이 통과할 때 내부에 전기장이 집중되며 음전하(-)를 띤 미세플라스틱이나 세균을 전자 그물망처럼 걸러낸다. 복잡한 미세가공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제작이 간단하고 비용 부담도 적다.
특히 기존 나노여과(NF)나 한외여과(UF) 방식이 수십~수백 kPa의 압력이 필요한 데 비해 이번 기술은 1kPa 이하의 낮은 압력, 즉 중력만으로도 작동한다. 그럼에도 단위면적·시간당 400ℓ 이상의 높은 처리량을 유지하며 10nm 이하 입자를 99% 이상 제거한다. 세척만으로도 성능이 회복돼 2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고 태양광 충전 배터리만으로도 작동해 에너지 효율이 높다.
임근배 교수는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나노전기수력학 현상을 실제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며 “태양광 기반의 단순하고 효율적인 정수 기술로, 물 부족 지역의 식수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이나 반도체 공정용 초순수 제조 등 초미세 오염 제어가 필요한 산업 전반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