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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豪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 논의··· 한국은 ‘균형 유지’ 과제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1-11 08:53 게재일 2025-11-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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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카드결제 수수료 향후 5년간 0.1% 인하 합의
호주는 카드결제시 소비자 부담 수수료를 전면 금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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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호주 등지에서 신용카드의 카드결제 수수료에 대한 본격적인 개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미국과 호주에서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가맹점·소비자·카드사 간 비용 부담 구조를 둘러싸고 오랜 갈등이 누적된 가운데, 각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수료 재조정에 나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역시 영세가맹점 보호 중심의 수수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재편 흐름이 국내 결제 산업과 소비·소매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가맹점에 부과하는 카드결제 수수료(인터체인지)를 향후 5년간 0.1% 인하하는 데 가맹점 측과 합의했다. 2005년 제기된 반독점 집단소송이 20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현재 미국 내 비자·마스터카드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는 결제액의 2.35% 수준으로, 카드 발급은행과 결제 네트워크 운영사 등 여러 주체가 이를 나눠 갖는다. 
이번 합의는 법원의 승인 여부를 남겨두고 있지만, 승인 시 소매업체가 수수료가 높은 카드 결제를 선택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에서 최근 부각된 ‘고혜택 카드 = 높은 수수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도 연결된다. 소비자에게 큰 포인트·마일리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일수록, 해당 비용을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회수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가맹점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법원 승인 이후 이러한 구조가 일부 재편될 경우, 카드 혜택 축소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호주는 문제의 초점을 소비자 부담에 두고 있다. 카드결제 시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수수료를 금지하는 제도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호주는 결제의 약 80%가 카드 기반으로 이뤄지는 대표적 캐시리스 국가로, 소비자들이 카드결제 때마다 부과되는 수수료 부담 규모는 연간 약 12억 호주달러(약 1조1424억원)에 이른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의 결제 선택을 왜곡하고 있으며, 비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호주 내에서도 논란은 적지 않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전가 금지가 시행되면 카드 발급·리워드 프로그램 유지 비용이 발급은행과 카드사에 집중되고,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나 카드 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소 소매업자 역시 “소비자에게 부과하던 비용을 상품가격으로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인다. 실제로 영국이 과거 카드 수수료 상한을 낮춘 뒤 카드금리가 연 36%대까지 상승했던 사례도 호주에서 참고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미국·호주와 다소 결이 다르다. 한국은 가맹점 부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를 제도화해왔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0.5~0.8%대 △3억~30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 약 1% 내외 △대형가맹점: 1.5~2% 수준(개별 협상 비중 큼)이다.

또한 한국은 미국·호주와 달리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직접 부과하는 추가요금인 이른바 ‘서차지(surcharges)’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수수료는 가맹점이 부담하고, 이는 시장가격·판매 전략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 반영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반복되면 카드사의 수익 기반이 축소되고, 이는 포인트·마일리지·연회비 등 혜택 정책과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한도 등 신용공급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2022~2024년 사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일부 카드 혜택 축소와 연회비 구조 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미국의 ‘가맹점 선택권 확대’, 호주의 ‘소비자 전가 금지’, 한국의 ‘영세가맹점 보호 중심 체계’는 서로 다른 선택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모두 “수수료 부담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가”라는 문제다. 수수료는 가맹점, 카드사, 소비자 중 어느 한쪽이 단독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부담은 결국 가격·혜택·신용공급 조건을 통해 순환하며 재분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과제는 수수료를 인하하느냐 마느냐의 단편적 논의보다는 △ 비용 흐름의 투명성 △ 혜택·금리·가격의 균형 △ 영세가맹점과 소비자의 체감 효과 간 형평성 확보에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소상공인 비중이 큰 국내 지역 상권 구조상, 카드수수료 정책은 금융 규제 차원을 벗어나 지역경제의 소비 유입과 자영업 생태계 안정에 직결되는 경제 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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