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오는 30일 미국과 중국 정상이 부산 김해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 일각에선 “정상 외교의 주목도가 부산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부산에서 ‘주최(host)’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EC 공식 회의는 경주에서 열리지만 미·중 정상이 경주가 아닌 부산을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담 후보지로는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VIP 접견장인 ‘나래마루’가 지목된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부에 위치한 이 시설은 2005년 부산 APEC을 앞두고 조성된 공간이다. 활주로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고 군사시설 특성상 보안이 뛰어나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돼 왔다. 최근 공군이 나래마루를 리모델링한 사실도 회담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APEC 개막에 앞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잇달아 진행하며 회담 의제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미·중회담에서 내달 10일 만료되는 ‘관세 휴전’을 넘어선 추가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부산 합의’와 같은 상징적인 명칭이 부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경주 APEC의 하이라이트인 미·중 정상회담이 부산에서 개최되면서 경주의 위상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북핵 문제’ 등 핵심 현안 논의가 부산에서 이뤄질 경우 경주의 존재감은 더욱 옅어질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APEC 개최도시인 경주의 외교적 위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경주가 APEC을 통해 세계 정상들을 맞이하지만, 주요 뉴스는 오히려 부산에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행사 본질이 퇴색되지 않도록 외교 라인과 정부의 균형 있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