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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가을 인생을 무대 위로

등록일 2025-10-26 15:59 게재일 2025-10-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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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노인종합복지관 노인문화축제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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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노인문화축제에서 참석자들이 ‘일흔의 작품전’ 개막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가을의 정취 속에 지난 20일, 21일 양일간 열린 노인문화축제 ‘황금빛 가을’은 대구의 노년 문화가 얼마나 다채롭고 활력 넘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행사였다.

대구시 노인종합복지관(전용만 관장)이 주관한 이번 축제는 3000여 명의 어르신과 시민이 참가해 복지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어르신들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직접 무대에 서고 전시에 참여하며 축제의 ‘주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무대 위의 어르신들은 배우가 되었고, 관객은 함께 그 삶의 깊이를 느끼며 나이 듦의 가치를 되새겼다.

무대 위는 난타와 하모니카, 한국무용, 가곡 등의 공연이 이어졌고, 전시장에서는 ‘일흔의 작품전’이 열려 어르신들의 예술적 감성과 삶의 흔적이 정성스레 담겼다. ‘추억의 흑백사진전’은 세대 간 공감과 대화를 이끌며, 어르신들의 기억이 지역 공동체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세월의 무게를 예술로 승화한 인생의 기록이었다.

무대 밖에서도 ‘황금빛 룰렛’ 이벤트와 다양한 체험 부스가 어르신들의 손끝을 즐겁게 했고, 윷놀이 한 판의 흥겨움 속에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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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구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노인문화축제 경연대회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하모니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축제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경진대회와 각각 공연수상자들을 시상하고, 풍성한 행운권 추첨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의 행운권 1등 경품은 테팔 무선 청소기였으며, 행사장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의 기쁨과 즐거움,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다.

이 축제의 진정한 의의는 ‘노년 문화의 주체화’에 있다. 인생의 황혼기를 ‘활동과 표현의 시기’로 재해석하며, 노인 세대가 사회 속에서 스스로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장이 되었다.

전용만 관장이 밝힌 것처럼, 노년기는 여전히 ‘인생의 황금기’이며, 문화는 그 황금빛을 더욱 빛나게 하는 도구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어르신들의 문화 역량은 점점 더 풍부해지고 있다. 이제 노년 문화는 복지 일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신적 자산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젊은 세대가 배워야 할 품격은 인생의 깊이를 노래하는 이 무대에 담겨 있었다. 황혼은 쇠락이 아니라, 빛의 완성이다. 사회는 이제 복지의 틀을 넘어 어르신들이 문화의 주체로서 활력과 자존이 설 수 있는 장을 더 넓혀야 한다.

이번 축제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문화 속에서 세대가 연결되고 사회는 더 따뜻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황금빛 가을’ 축제는 우리 사회의 노년 문화를 성숙시킨 귀중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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