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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외친 정부, 축산분야서 사실상 실패

피현진 기자
등록일 2025-10-14 14:28 게재일 2025-10-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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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용 저메탄사료 미출시, 축산분야 예산 집행률 0.5%···농가 “참여할수록 손해”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추진한 ‘저탄소농업 시범사업’이 축산분야에서 사실상 실패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이 사업은 저메탄·질소저감 사료 급여와 분뇨처리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축산분야 예산 집행률은 고작 0.5%에 그쳤다. 특히 젖소용 저메탄 사료는 아직 시판조차 되지 않아 2년 연속 이행률 0%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축산분야 예산 46억2500만 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2500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사업관리비 3억1800만 원은 전액 집행돼 예산 운용의 불균형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 농가의 참여율도 저조하다. 

올해 9월 기준 저메탄 사료는 목표 9만9000마리 중 6만여 마리(61%)에 그쳤고, 질소 저감사료는 1.3%, 분뇨처리 방식은 10.9%에 불과했다.

경북에서 한우 80두를 사육하는 김정수씨(58)는 “저메탄 사료를 써보려고 했지만, 일반 사료보다 비싸고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해 결국 포기했다”며 “지원받으려다 손해만 보는 구조인데 누가 참여하겠느냐. 사료 효과도 검증이 부족하고, 분뇨처리 장비 설치는 행정절차도 복잡해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농가들이 참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참여할수록 손해’라는 구조 때문이다. 

저메탄 사료는 일반 사료보다 1kg당 40원가량 비싸지만, 한우 1마리당 연간 지원금은 2만5000원에 불과하다. 한우 100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를 기준으로 연간 250만 원을 지원받더라도 약 2300만 원의 추가 자부담이 발생한다.

농식품부는 “사료공정심의위원회 심의 지연으로 사업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료가 시판되기도 전에 시범사업을 강행한 점에서 준비 부족과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뇨처리 지원금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강제송풍 방식 기준으로 1t당 500원~1500원이 지원되지만, 장비 설치비와 전기료, 행정절차 부담은 고스란히 농가 몫이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 가점도 계량점수 70점 중 최대 0.78점에 불과해 실질적 인센티브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 의원은 “2024년 사실상 성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보완 없이 2025년 예산을 두 배 이상 증액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장 여건을 무시한 예산은 또다시 불용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중립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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