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3주 앞당겨… 삼성·SK·현대차·LG 연쇄 인사 전망 포스코·한화·HD현대도 조직 효율화·위기 대응 중심 인사 예고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미국 관세, 노란봉투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예년보다 앞당겨 연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내년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기 조직 재정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올해 인사 기조로 △성과 중심의 ‘신상필벌’ △위기 대응을 위한 사업 효율화 △세대 교체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인사 폭 또한 예년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11월 초 이후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 시기가 최소 3주가량 빨라지는 셈이다.
◇ 삼성, ‘뉴 삼성’ 조직개편 주목
재계 1위 삼성전자는 내달 사장단 정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12월 초 진행하던 인사를 최근 2년 연속 11월 말로 앞당겨 실시한 만큼 올해도 비슷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인사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뒤 처음 치러지는 만큼, ‘뉴 삼성’ 체제 구축을 위한 대대적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해 대규모 인사로 쇄신을 단행한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故) 한종희 부회장 별세 이후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정식 부문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그룹 콘트롤타워 복원 여부도 관심사다. 삼성은 지난해 인사에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진단실을 신설해 관계사 경영 컨설팅 기능을 강화한 바 있다.
◇ SK, 부회장 승진·유영상 거취 관심
SK그룹도 12월 첫째 주 발표하던 정기 인사를 11월로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사업계획 논의에 새 경영진을 참여시키려는 의도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며 빨라질 수도 있다”고 밝혀 조기 인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계에서는 2021년 이후 3년간 없었던 부회장 승진자가 이번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AI 메모리 호황을 주도하며 성과를 낸 점이 높이 평가된다.
대규모 해킹 사태의 책임을 진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사퇴 가능성과 함께, AI 사내 독립기업(CIC)을 신설한 점을 들어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제기된다.
◇ 현대차, 글로벌 리스크 대응 인사 예고
통상 4대 그룹 중 인사가 가장 늦은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12월 인사가 유력하다. 다만 지난해처럼 글로벌 정세 대응 차원에서 11월 중순으로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관세 인하 지연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진 만큼, △글로벌 사업 효율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 △AAM(미래항공교통) 등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 LG, 위기 속 ‘구조적 경쟁력’ 강조
LG그룹은 예년과 비슷한 11월 말 인사가 예상되지만, 최근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과 전략·실행 불일치를 떨쳐내야 한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LG COO 등 2인 체제의 부회장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포스코·한화·HD현대도 조기 인사 검토
올해 산업재해로 어려움을 겪은 포스코그룹은 ‘안전 최우선’을 기조로 한 인사를 준비 중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주요 계열사 CEO 교체에 이어 11월 소폭 임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HD현대는 조선업 호황세 속 사업 효율화를 위해 인사를 앞당길 전망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조선의 합병 추진과 맞물려 관련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권오갑 회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 확산, 국내 정치 변수 등으로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며 “대기업들이 인사를 서두르는 것은 위기 대응과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