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민간특례사업’ 통한 조성 공사 마치고 시민에 개방 특례법 시행후 복잡한 이해관계 속 몇안 되는 ‘성공케이스’ 대규모 아파트 개발로 집값 폭락·교통 등 부작용도 적잖아 도시계획·공감대 형성 등 전체적인 측면 반면교사 삼아야
포항시 환호공원이 민간특례사업을 통해 조성 공사를 마치고 1일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이번 사업은 전국적으로 난항을 겪어온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가운데 드물게 마무리 단계까지 이른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면 공원 확보라는 명분 뒤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라는 이면이 함께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집값 폭락 등 부작용도 적잖아 이런 형의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여전히 이어진다.
◇인허가권 하나로 80만㎡ 공원 취득한 포항시
환호공원은 포항 북구 환호동 일원에 위치해 그간 시민들의 산책 공간과 휴식지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공원 부지는 엄연한 사유지였다. 포항시가 오래 전 공원으로 지정해 놓았을 뿐이었다. 공원으로 지정한지 20년이 넘으면 용도지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일몰제가 도입되면서 사유지 소유권 문제가 불거졌고, 존치도 불투명했다. 해제하지 않으려면 포항시가 매입을 하는 길 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항시는 재정 여건상 공원 매입이 어려웠다. 이때 도입된 것이 민간 특례 방식이다. 민간업자가 공원 부지 구입과 함께 개발해 자치단체에 넘겨주고 그 혜택으로 일정 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식의 방식이었다.
포항시 역시 우선적으로 그 방법을 택했다. 민간사업자가 전체 114만㎡ 부지 중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포항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부지에 2994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환호공원은 민간특례사업 성공케이스
민간특례사업은 특례법 시행 이후 전국 77여 곳에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중도에 무산되거나 지연됐다. 개발 이익과 공공성의 충돌, 주민 갈등,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친 결과였다. 그러나 포항 환호공원은 이를 극복하고 최근 계획대로 개발을 마무리했다. 향후 관련 사업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어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에 환호공원이 개방된 것은 포항시와 민간업자, 지주, 인근 주민들 간에 얽히고 설킨 문제 등이 원만하게 풀려 가능했다. 그런 면에서는 난제를 해결해 낸 포항시청 담당부서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민간특례사업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하락
포항시 입장에서만 본다면 환호공원 사업은 대박을 친 셈이다. 더욱이 양학공원과 학산공원 개발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 3개 특례사업 현장에서 분양된 아파트만 7000여세대가 넘는다. 그것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쏟아졌다.
문제는 이로 인한 후유증이었다. 가장 큰 부분은 집 값 하락. 인구 감소에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었지만, 유독 포항은 집값이 폭락했다. 부동산 업계는 공원부지에서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자 분양받은 세대주가 살던 집을 팔려고 하자 그때부터 거래 실종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 점에서 3개 현장의 사업 시기를 분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반면교사 된 환호공원
환호공원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일단 ‘성공’한 사례로는 꼽힌다. 실제 어떻게 될지 몰랐던 공원도 시민의 품으로 영원히 돌아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집값 하락의 한 요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특례사업을 고민하는 지자체들은 이 사업의 방향을 놓고 고민을 더 해야 할 듯하다. 무조건적인 추진이나 단순한 성과 홍보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도시계획과 주민 공감대, 부동산 경기, 집값 동향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면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호공원은 개발과정에서도 몇 가지 여운을 남겼다. 우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 의견 수렴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공원 부지는 공공성을 전제로 한 공간임에도 아파트 건설 계획이 공개된 뒤에야 많은 주민들이 구체적 내용을 알았고, 교통·환경 문제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2994세대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 도로는 이미 포화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도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적된 신호체계와 진입도로 개선책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은 채 사업 승인이 이뤄져 논란이다.
공원 조성의 질적 수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에 좌우된 탓에 공원 내부 시설이나 공간 조성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무리하게 사유지를 공원으로 지정했다가 개발을 못하고 일몰제에 걸린 부분 등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과연 포항시의 권한이 어디까지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포항시민들은 이번에 민간특례사업을 면밀히 목격했다. 이런 유형의 개발 사업이 있는지도 잘 몰랐던 지역 건설사들은 참여조차 하지 못했고, 그 자리를 외부에서 들어온 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면서 분양 수익금을 올렸다. 포항시도 공원 몇 개가 그저 생겼으니 당연히 ‘엄청난 장사’를 한 것으로는 보인다.
하지만 개발 사업이라는 것이 늘 양면이 있다. 새집이 쏟아지니 낡은집은 거래가 끊겼고, 덩달아 가격 마저 크게 떨어졌다. 민간특례사업이 준 교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큰 손실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