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설명회•공청회 30명 참석 맞춤형 비전 없이 일방적 보고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원 64만8000여㎡에 조성될 예정인 글로벌 기업혁신파크가 첫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열었지만, 현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겨우 30여 명 남짓했고,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을 던진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달 30일 흥해종합복지문화센터 2층에서 열린 이번 설명회는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에 따른 공청회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주민설명회 성격을 동시에 띠었다. 그러나 사업자와 용역사, 패널들이 일방적으로 자료를 낭독하는 수준에 그쳤다. 주민과의 토론, 쟁점 검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계자들이 “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이행했다”는 점만 강조하는 사이 정작 주민들은 소외된 채 그저 청중 같은 모습으로 남았다.
글로벌 기업혁신파크는 올해 착공해 2029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산업·주거·교육·공원 등 복합기능을 포함한 대규모 개발이며, 이는 2기 기업도시 성격을 띤다. 토지이용계획안에는 산업업무용지, 신산업지원구역, 공동주택단지, 국제학교 등이 함께 배치돼 사실상 신도시급 조성 사업이다.
하지만 주민설명회에서 확인된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우선 영향 범위를 반경 0.1km에서 최대 2km로 한정했으나, 실제 교통·대기·소음·수질 문제는 더 넓게 미칠 수 있다. 특히 22.9kV 고압송전선로, 지하수 고갈 위험, 대규모 교통유발에 대한 분석은 초안에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주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단순 수치로 축소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청회 주제토론 역시 형식적이었다.
패널들은 준비된 원고를 차례로 읽었고, ‘2기 기업도시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비전이나 대책은 제시되지 못했다. 이때문에 공청회가 ‘민주적 숙의의 장’이 아니라 ‘보고 절차’로 변질됐다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홍보 부족이다.
사전 안내가 충분치 않아 지역 환경단체나 이해관계자 상당수는 행사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 이는 설명회 자리가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사업이 본안 단계로 넘어간 뒤 뒤늦게 문제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포항시는 철강 일변도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2차전지, 수소, 신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기업혁신파크는 그 거점으로 기획됐지만 과거 난개발과 공급과잉 논란이 재현될 우려도 크다. 지역발전협의회와 환경단체, 주민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는 향후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설명회와 공청회는 절차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명분만 남겼다. 그러나 주민의 눈높이에서는 시작부터 ‘일방통행’식이었는 평가가 나온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