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앞두고 드러난 쟁점들
포항시가 오는 10월 20일 개최하는 ‘2030 도시 공업지역기본계획(안)’ 공청회가 지역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계획은 산업단지와 별도로 지정된 공업지역 9.39㎢를 대상으로, 향후 2030년까지의 활성화 전략과 관리방안을 담고 있다. 포항시가 밝힌 목표는 단순히 공업지역 현황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후화된 부지를 정비하고 신산업 수요에 맞춰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과 기업,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공업지역의 노후화와 유휴 부지다. 일부 공업지역은 1980~90년대 지정 이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었고, 일부는 불법 창고나 임시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산업 구조가 철강 일변도에서 2차전지, 수소, 첨단부품으로 다변화되는 가운데, 기존 공업지역이 새로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공업지역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불용 부지를 과감히 정리하고 첨단산업 맞춤형 부지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쟁점은 공업지역 정비구역 지정 문제다. 이번 계획안에는 ‘정비가 필요한 구역을 지정해 단계적으로 활용도를 높인다’는 기본방향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개발 제한이나 용도 변경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일부 정비사업에서는 토지주 보상 기준과 절차를 두고 갈등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에는 동의하지만, 행정이 일방적으로 지정하고 규제하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기업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신산업 관련 기업들은 “적절한 입지 공급이 시급하다”며 공업지역 활성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인다. 특히 포항이 차세대 배터리와 수소산업 거점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부지 확보는 필수적이다. 반면 기존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새 계획이 대기업 위주로 설계되면, 영세업체는 더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을 나타낸다.
환경 문제 역시 뜨거운 논쟁거리다. 공업지역은 대개 하천이나 해안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아, 무분별한 확장은 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포항은 이미 미세먼지와 수질 문제로 주민 민원이 잦은 상황이라 공업지역 활성화가 몰고 올 환경 부담 증가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지역 환경단체는 “산업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환경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는 계획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번 공청회의 의미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있다. 도시공업지역기본계획은 법정계획으로, 한 번 확정되면 최소 10년 동안 각종 개발 행위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그간 공업지역 관련 계획은 전문가와 행정기관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주민 의견이 소외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포항시는 이번에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공청회 이후 14일 간 서면 의견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메일·우편·방문 등 다양한 방법을 열어놨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실제 시민들의 반영 여부라는 것이 이번 공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고민이 깊다. 공업지역 정비와 활성화에는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다. 부지 정비, 기반시설 보강, 교통망 개선까지 고려하면 건 당 수백여 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수 있다. 시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지원과 민간투자를 어떻게 유치할지가 관건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자체 단독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며 “국가 산업정책과 연계해 재정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이 포항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철강에 의존하던 포항 경제가 구조적 변화를 맞는 시점에서, 공업지역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 하는 것은 신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성패가 갈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친 개발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안팎의 시각이다. 자칫하면 주민 삶의 질과 환경권이 희생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가 진행하는 이번 ‘2030 도시 공업지역기본계획’의 공청회는 단순한 의견 청취 자리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상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 과정이다. 토지주, 기업, 주민, 전문가, 행정이 모두 얽힌 복합적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시의 몫이며 관건이다. 연내 공람과 도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이번 계획은, 포항의 산업 지도와 도시 구조를 10년 이상 규정할 힘을 가진다.
시민사회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절차를 밟았다”는 행정적 기록이 아니라, 실제 갈등 조정과 대안 마련의 장이 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공업지역 활성화라는 이름 아래 어떤 미래가 설계될지, 포항의 눈은 시청 4층 대회의실을 향하고 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