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기 전 얼른 보내야죠” 김치 등 반찬류도 예외 없어 “저가형 EMS상품 출시 준비” 우정사업본부, 대응마련 나서
#1. 대구에 거주하는 정순자(55·여) 씨는 국제우편물 관세 부과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 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간 아들이 고향 음식을 좋아해 매달 반찬과 김치 등을 포장해 우편을 부쳤는 데, 비용이 많이 증가할 것 같아 걱정된다”며 “국내 물가가 상승했다곤 하지만, 미국 물가에 비교할 바는 아닌데 현지에서만 자급자족은 힘들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2. 미국산 의류 및 가방 등 물품을 중개하는 김 모(34) 씨는 이제 막 사업이 안정돼 가는 시점에 관세 폭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김 씨는 “미국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물품을 비싼 값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면서 “노력해서 사업을 일궜지만, 손님이 줄어들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오는 29일(현지 시각)부터 모든 국제우편물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대구 지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은 800달러 이하 물품에 대해서는 면세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마약이나 위조품의 반입을 막겠다는 명분이지만 결과적으로 가족 간 선물이나 생활용품까지 모두 세금 대상이 된 셈이다.
문제는 가정에서 자녀나 친척에게 보내는 김치·장조림 같은 반찬류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상품적 가치가 있는 물품’이라면 금액과 상관없이 관세를 매기고 있어 세금을 내고도 검역 기준을 이유로 반입이 거부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9일이 오기 전 소포를 부치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26일 대구달서우체국에서는 여러 상자를 가져온 채 소포 부치기를 기다리는 50대 남성이 보였다.
A씨는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미리 소포를 부치기 위해서 오전 일찍부터 우체국을 찾았다”며 “일단 빠르게 보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우체국이 접수를 중단한 배경에는 시스템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새 관세 체계가 아직 우리나라 우편망에 연동되지 않아 발송은 가능하더라도 관세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
우정사업본부가 “빠르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정책이 자주 바뀌는 데다 관세 부과 시스템을 자체 우편망에 적용하는 일이 쉽지 않아 재개 시점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저가형 EMS 프리미엄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동시에 “현재 미국 우정 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만국우편연합(UPU) 등 국제기구를 통한 논의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