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관한 뇌과학적 통찰이 있다. 모든 믿음은 뇌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본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보는 존재이며. 무엇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믿는다는 것이다. 믿음의 대상이 실재한다는 것은 그냥 환상이요, 착각인 셈이다.
믿음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하여 뇌에 대하여 알아보자. 재생되지 않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 1.5 키로그램의 무게, 1.500cc의 부피, 인체 에너지의 20% 가량을 소비, 전기적 신호와 뇌 신경전달물질에 의하여 작동, 캄캄한 두개골 속 존재, 산소와 포도당으로 생존. 이것이 뇌의 대략적 구성표이다. 주요 뇌 신경 전달 물질은, 글루탐산, 가바,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엔돌핀,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히스타민 등이며, 이들 중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이 80~90%,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는 10~15%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나머지는 의외로 전부 1% 정도로 분포한다.
뇌 신경 전달 물질은 호르몬과는 유사하기는 하나 다른 물질이다. 인슐린, 코르티졸, 에스트로겐, 아드레날린 등은 호르몬 종류다. 뇌 신경전달물질은, 신경세포 말단에서 분비되며, 매우 짧은 간극과 전달시간이 매우 빠른 것에 비하여, 호르몬은, 부신, 갑상선, 췌장 등 내분비샘에서 분비되어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전달되고 간극은 매우 길며, 전달 속도도 느린 편이다. 신경전달물질 중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호르몬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작용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마음은 물질이다’라고 정의하더라도 별다른 반박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믿는다는 것은 뇌가 사실이라고 가정하는 지각, 인지 또는 감정 작용이다. 믿음은 보는 것보다 먼저 생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념이 먼저이고, 논증은 나중이다. 믿음은 패턴의 인식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보고 ‘호랑이다’라고 잘못 믿더라도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이러한 패턴성 탐지는 종종 음모론과 미신으로 연결된다, 나아가 믿음은 도파민과 뇌 보상체계에 의존한다. 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신념이 강화될 때 보상을 제공한다.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기존의 신념과 부합하면 긍정적인 감각을, 그렇지 않을 때는 거부반응을 느낀다. 이러한 믿음은 개인의 뇌에서 시작되지만, 사회적 집단과 문화적 분위기를 통해 고착화 된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들을 심각하게 통찰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믿음이 우리네 삶을 힘들게 하거나, 심지어 파괴하는 경우가 있다. 신앙, 정치적 신념, 역사관, 내세관 등등. 여기에 믿음이 개입되지 않은 부분이 단 한 곳이라도 있는가? 서두에 언급한 믿음의 대상은 전부 환상이요 착각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너와 내가 믿기 때문에 믿을 뿐이다. 그 믿음이 삶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한다면야 무슨 말이 필요할까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공봉학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