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최병렬 대구시수제화협회장 중구 향촌동서 ‘한양제화’ 운영 종이에 발 모양 그려 신발 디자인 단 한 켤레 제작, 단골손님들 발길 2019년 ‘제1회 수제화 명장’ 선정 기성화 늘면서 현재 30여곳 영업 전통 계승•후진양성 최선 다할 것
“지역의 뿌리 제조업인 수제화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후진양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구시수제화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병렬(64) 한양제화 대표의 말이다.
최병렬 대표는 지난 2019년 대구 중구의 ‘제1회 수제화 명장’으로 선정됐다. 수제화 명장은 20년 이상 수제화 분야에 종사하고 5년 이상 중구에서 수제화를 제작하는 기술자를 대상으로 한다.
54년간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최 명장의 손에 박힌 굳은살은 숱한 세월 가죽을 가르고 두드려온 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가 운영하는 한양제화는 대구 중구 향촌동의 수제화 골목에 위치해 있다. 1970년대부터 형성된 수제화 골목은 수제화 생산·수선·원자재 공급업체와 도·소매점 130여 곳이 성황을 이루던 곳이다.
1980년대 본격적으로 수제화 골목으로 불리며 호황을 누리며 중년층의 단골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값싼 중국산 구두와 기성화가 쏟아지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현재는 약 30여 곳만 남아있다.
최 명장은 “중학교 1학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중퇴하고 당시 이 골목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화 가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른 한살이 되던 해 가게를 열고 2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하루에 150컬레 정도를 밤새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수제화를 만들어 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 크게 히트를 친적이 있는데, 그땐 매장에 진열할 구두가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가죽으로 고객들의 발모양 맞추고 끝까지 A/S를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하다보니 아직까지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계속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활짝 웃었다.
매장 뒷편 그의 작업실에는 오랜 세월 최 명장과 함께 해온 장비들과 다양한 가죽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는 지금도 손님이 찾아오면 종이에 발 모양을 본뜨고 디자인을 정한다. 디자인을 종이에 옮기는 ‘패턴 뜨기’가 끝나면 가죽을 디자인대로 재단하고 붙인다. 마지막으로 신발 윗단과 밑창을 결합한다. 튼튼한 구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꼬박 하루가 걸린다.
보통 주문을 받고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새신발을 받아볼 수 있다고.
수제화는 발이 크건 작건 상관없이 본인의 발형에 맞게 주문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 명장은 “수많은 단골이 있지만 20여 년 전 찾아온 여성 손님의 발이 195㎜나 됐다. 기성 신발은 맞는 게 없어서 발 모형을 떠 놓고 전화만 하면 신발을 만들어 보내줬었다. 그 손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지역의 수제화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후진 양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구시수제화협회를 통해 수강생을 모집해 전·후반기 과정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수제화협회장인 최 명장은 교육 총괄로 실습 물품부터 강의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수강생들을 챙기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지역의 뿌리 제조업인 수제화를 만들겠다는 최병렬 명장은 “외국산 저가 제품과 고령화 등으로 기술자가 점점 사라지면서 수제화 산업도 쇠퇴해 가는 것이 안타깝다” 면서 “골목에 남아 있는 수제화 장인들이 장인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