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 의존 세계 최고 수준인 93% 에너지 안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 팬데믹을 거치며 탄소 중립 과제 급부상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 필요 트럼프 우리에게 위기 속 성장 과제 던져 ‘저탄소 선도자’로 나아갈 기회 포착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매일같이 뉴스를 쏟아내며 전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그는 세계 70여 개 나라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이를 ‘미국 해방의 날’이라 명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달러화 가치 하락과 무역수지 개선을 목표로 하며, 궁극적으로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트럼프 2기는 국제 유가를 배럴당 60~70달러 수준으로 고정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주요 기부자들 중 상당수가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 기업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낮은 유가가 오히려 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간 ‘트럼프 2.0과 에너지 대전환(석탑출판)’은 격변기를 맞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과 전망을 제공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와 제안을 담고 있다. 국내 에너지경제 분야의 권위자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 융합학과 교수와 에너지와 산업 분야를 20년 넘게 담당한 이재호 내일신문 전문기자가 오랜 기간 쌓아온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정세와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친다.
이 책에 따르면 에너지는 생존의 문제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에너지 안보, 탄소 중립, 성장이라는 삼각 편대다. 첫째,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93.6%에 달하므로 에너지 안보는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다. 둘째, 파리협정 이후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탄소 중립 과제가 급부상했다. 그 어느 국가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실용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셋째, 2025년 시작된 트럼프 2기 정부는 우리에게 위기 속 성장이라는 과제를 던져줬다. 우리나라는 ‘고탄소 시대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저탄소 시대 선도자(First Mover)’로 나아갈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역할을 실용적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원자력발전의 신규 원전 건설 지연 및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등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LNG 발전을 브리지 연료로 잘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트럼프 2기 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청정 수소·암모니아 공동 개발, 동북아 ‘슈퍼 그리드(거대 규모의 전력망)’의 출발점으로 한일 전력 계통 연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트럼프의 복고적 에너지 정책에 발맞출 필요도 있지만 파리협정 이후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탄소 중립 과제가 급부상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역할을 실용적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와의 협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과 사람들’에서는 트럼프 2.0 시대의 에너지 정책 목표와 미국의 에너지 시장 현황을 다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들을 분석하며, 특히 석탄 산업 부활과 에너지 독립을 목표로 한 정책들을 설명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주요 인사들,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의 역할과 비전을 소개한다.
2부 ‘에너지 안보·에너지 전환·보호무역주의 시대’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요 동향과 시나리오별 전망을 제시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 중동 등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과 전략을 비교 분석하고, 각국의 에너지 패권 변화를 설명한다.
3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도전과 과제’는 한국의 에너지 시장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며, 2024년 기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6%에 달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여건 유사성을 바탕으로 공동 사업 필요성을 강조하며, 청정 수소와 암모니아의 공동 개발 및 도입 방안을 제안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