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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으로 기울어진 세상… 우리는 평등한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5-22 18:56 게재일 2025-05-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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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평등’
토마 피케티·마이클 샌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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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

지난해 5월, 세계적인 두 사상가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이 파리경제대학에서 만나 가진 토론 내용이 책으로 정리돼 나왔다. ‘기울어진 평등’(와이즈베리)이라는 신간이다.

두 사상가는 ‘평등과 불평등, 진보’를 키워드로 평등의 가치를 성찰하고,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 우리를 둘러싼 각종 격차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토론을 펼쳤다.

두 저자는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 즉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불평등,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세계화와 능력주의, 불평등한 기본재 접근권, 기울어진 정치 참여, 사라진 노동의 존엄성 등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샌델과 피케티는 토론을 통해 100년 전, 200년 전의 평등을 향한 여러 사회 운동이 사회의 진보를 불러왔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자유 무역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와 삶의 지나친 상품화가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등을 향한 움직임이 더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샌델과 피케티는 세 가지 차원의 불평등과 관련해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책에 의하면 교육과 의료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기본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서 아무나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 주택과 공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능력주의를 통해 헤쳐나가라고, 즉 학력을 높이는 것으로 개인의 상향 이동을 꾀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경쟁에서 승리해 필요한 것들을 얻을 것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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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게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연합뉴스 

하지만 과연 대학 학위만 있으면 우리는 모두 잘살고 능력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과거의 수사가 돼버렸다. ‘개천룡’은커녕 샌델과 피케티가 지적한 대로, 이제 우리는 학위가 없는 사람들을 게으르고 능력 없다고 낙인찍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두 사람은 말한다. 지금 시대는 ‘노동의 존엄성’은 인정받기 힘들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왔던 연대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사회의 여러 계층이 섞이는 기관들은 갈수록 감소하고,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이 평소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샌델과 피케티는 경제적 격차와 정치적 격차보다도 사회적 격차가 제일 문제라고 진단한다. ‘노동의 존엄성’이 사라져 대학 학위 없이도 공동선에 값진 공헌을 하는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정이 부족하고, 명예와 존중이 부족한 것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선 앞선 경제적 격차와 정치적 격차를 해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샌델과 피케티는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기본재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투자, 더 높은 누진 과세 체제, 부유층의 정치력 통제, 기업에서의 노조 역할 확대, 대입과 선거에서 추첨제 활용, 시장의 과도한 확장 억제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러한 해결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추진할 수 있을까? 실제로 두 사람이 내놓는 대안들은 대담하다 못해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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