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펴냄 이재춘 지음, 시집
“엄마도 여자였다/ 고운 옷 입고/ 얼굴에 동동구리무 바르고/ 꽃밭 가꾸며 예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보리 까끄라기 살갗 파고드는/ 아픔은 참을 수 있어도/ 자식들 배고픈 것은 못 참는다// 곳간에 양식이 간당간당할 때면/ 어머닌 머릿수건 둘러쓰고/ 청보리밭으로 달려간다// 야속한 세월/ 야속한 보릿고개// 봄바람에 출렁이는/ 청보리밭 푸른 파도에/ 어머니 청춘이 실려 간다/ 헐렁한 몸빼 바지 바람에 펄럭인다” -이재춘 시 ‘청보리’
경주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는 이재춘(72) 시인이 첫 시집 ‘엄마를 입다’(생각나눔)를 펴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 활동을 해온 그는 10년 넘게 지은 시 중 100편을 모아 이번 시집을 구성했다. 이 시집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주제로 하며, 시인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어머니의 따뜻한 온기를 시로 표현했다.
시인은 ‘엄마를 입다’, ‘밥상에 피는 행복의 꽃’, ‘향수’, ‘봄 향기’, ‘들어내지 못한 바윗돌’ 등 5장에 걸쳐 10여 년간 다듬어 온 시어를 통해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을 묘사하며, 자식이 부모의 진정한 마음을 깨닫기까지의 여정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이재춘 시인은 보릿고개 시절을 살아오며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백한 시어로 담아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인은 ‘엄마를 입다’, ‘엄마는 즉결 판사’, ‘시효 지난 효도’, ‘엄마는 만능 의사’ 등의 시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무한한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깨달음은 자식의 숙명이라고 시인은 강조한다.
‘엄마를 입다’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 속에서도 정신적인 감성에 굶주린 현대인들에게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시인의 진솔한 기억과 감정이 녹아 있어 독자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은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한다.
이재춘 시인은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도 자식들에게 새 옷을 입히기 위해 자신의 털옷을 풀어 옷을 짜주셨고, 그 안에 따뜻한 사랑을 함께 담으셨다”며 “세월이 흘러도 그 온기는 여전히 내 몸을 감싸고 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