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청송군 진보면 상수도 정수장 지킨 한국수자원공사 김영철 차장 휴가 중 다급한 전화 받고 홀로 정수장 불길 속으로 괭이·삽으로 사투 벌이며 지역민 재산·생명 지켜내
의성산불이 청송으로 확산했을때 진보면 상수도 공급시설인 정수장은 그나마 발빠르게 대처해 화마를 피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김영철 차장은 당시 홀로 정수장을 사수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공가를 내고 인근 안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당일 오후 1시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청송으로 번지고 있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
검은 잿빛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고 김 차장은 곧장 진보면 집으로 귀가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진보면 비봉산 정상에서 큰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6시에는 정전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때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김 차장에게 걸려왔다.
“여기 진보 정수장 아래 고춧가루 공장입니다. 지금 정수장에 불이 붙고 있어요. 빨리 와야 합니다. 조금 있으면 우리 집도 곧 불이 붙어요” 라는 지인의 아내 윤은숙(58)씨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전화 통화는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김 차장은 다급히 장화를 신고 손전등과 괭이, 삽 등을 차에 실어 정수장으로 향했다. 정수장 오른쪽은 이미 불기둥에 휩싸였고, 착수장(샌드위치 패널 쪽)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김 차장은 괭이와 삽으로 불길을 두드려 잡으며 정수장 둑을 타고 내려갔다. 윤은숙씨는 김 차장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진을 찍었다.
밤 11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다시 거세져 김 차장은 수자원공사와 청송군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곳 기관들도 불길과 사투를 벌인 탓에 지원해 주지 못하고 “사람이 우선입니다. 빨리 대피해야 합니다” 라고 김 차장을 걱정했다.
불길은 다음날 새벽 2시쯤 어느 정도 잡혔고, 모든 불씨가 꺼진 것을 확인한 후 김 차장은 현장에서 철수했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강한 바람을 탄 불길은 정수장은 물론 인근에 있는 1000평 규모의 고춧가루 공장과 100평 정도의 사과 저장 창고까지 덮칠 뻔했다.
김 차장은 청송군청에서 29년 공업주사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여러차례 대통령 표창과 특허출연 등 남다른 사명감으로 상수도 업무에 만전을 기해 왔다. 지난 2017년 9월 청송군이 한국수자원공사에 상수도 위탁운영으로 바뀌면서 김 차장도 청송권 지사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
김 차장은 오는 6월30일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상수도 시설을 지키며 마무리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다시 하라면 못 하겠지만 그래도 그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