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쇼팽의 ‘에튀드’ (기술과 예술을 동시에 다루는 피아노 필수곡)

등록일 2025-03-10 20:08 게재일 2025-03-11 14면
스크랩버튼
박정은 객원기자의 클래식 노트
박정은 객원기자
박정은 객원기자

쇼팽의 ‘에튀드’는 피아노 전공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곡이다. 예술학교와 대학 입시곡, 콩쿠르 지정곡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피아노 전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에튀드’는 프랑스어로 ‘연습곡’이라는 뜻으로,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실력에 대한 변별력이 확실하여 각종 실기시험에서 활용된다. 17세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에튀드는 초기에는 단순히 악기의 기교 숙달을 위한 목적이었지만, 쇼팽의 ‘에튀드’는 연습곡이면서도 표현력을 키워주는 예술성을 겸비했다.

이로 인해 ‘에튀드’는 독립적인 연주곡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연주회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없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이후 등장한 ‘에튀드’들도 쇼팽의 영향을 받아 연습용보다는 연주용으로 작곡되어 섬세한 분위기나 감정의 표현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쇼팽의 ‘에튀드’는 총 27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Op(작품번호).10의 12곡과 Op.25의 12곡, 그리고 3개의 작은 에튀드들로 총 세 묶음으로 나뉜다. Op.10의 곡들은 1829년부터 1832까지 작곡이 되었고, 1833년 출판되었으며, 당시 친한 친구였던 프란츠 리스트에게 헌정되었다. Op.25의 연습곡들은 1832부터 1836까지 작곡되어 1837년에 출판되었고, 리스트의 애인인 마리 다구에게 헌정되었다. 3개의 작은 에튀드는 1839년에 작곡되어 1840년과 1841년에 출판되었으며, Opus 번호 없이 비교적 연주빈도가 낮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쇼팽의 에튀드는 평론가나 음악가들이 만든 부제가 널리 쓰이는데, 이 부제들은 쇼팽의 작곡 의도와 무관하다. 그러므로 연주자는 부제 대신 작품 번호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부제의 시도가 완전히 의미 없다고는 볼 수 없다. Opus.10의 12번째 곡에 붙여진 ‘Revolutionary’(혁명)라는 부제는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됐는데, 당시 평론가들이 작곡된 시기에 폴란드 혁명의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짐작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처럼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부제들에는 Opus.10의 8번 곡 ‘햇빛’, Opus.25의 9번 곡 ‘나비’, Opus.25의 11번 곡 ‘겨울바람’, Opus.25의 12번째 곡 ‘대양’ 등이 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부제들도 있다. Opus.10의 첫 번째 곡 ‘승리’, Opus.10의 4번째 곡의 ‘추격’이 그러하다. 이렇게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별칭은 놀랍게도 2004년 한 네티즌이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작 본인은 개인적으로 업로드한 부제들이 통용되는 줄을 2010년대까지 모르다가 뒤늦게 알게되어서 놀랐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해외에서는 이러한 별칭들을 들어본 적도, 이해할 수도 없다. 한국에서만 이 별칭들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작품번호나 조성으로 곡을 칭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비전공자들에게는 통용되는 부제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쇼팽 ‘에튀드’는 비전공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소위 말하는 ‘흑건’, ‘승리’, ‘혁명’은 어느정도 실력이 되는 비전공자들에게도 자주 연주되는 곡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쇼팽 ‘에튀드’의 입문곡을 궁금해한다. 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이 난이도를 매기긴 했지만, 통상적으로는 Opus.10의 3번과 9번이 느린 템포이기에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 헨레(독일의 원전악보 출판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쇼팽 ‘에튀드’ 책을 찾아 들어가보면 헨레에서 자체적으로 붙인 난이도표를 볼 수 있다. 곡의 난이도는 연주자들 손의 신체적 특징이나 실력 등의 이유로 다 다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자료들이 에튀드를 연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Op.10-5, 이른바 ‘흑건’과 Op.25-12, ‘대양’을 추천하고 싶다. 두 곡 모두 기술적인 도전 요소가 있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표현력과 감정이 담겨 있어 연주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준다. 피아노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쇼팽의 ‘에튀드’를 연주해보는 것은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적 여유와 역량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