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명령·견인조치 가능하지만<br/>CCTV 없어 방치 입증 어렵고<br/>차량 보관 장소도 마땅치 않아<br/>포항시 법 시행 이후 견인건수 ‘0’
무료 공영주차장에 카라반, 트레일러 등 일명 ‘알박기’ 캠핑카를 제재할 수 있는 주차장법이 개정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장기 주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둔치 공용주차장. 평일임에도 캠핑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주민 김모(56)씨는 “캠핑카 장기 주차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며 “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만드는 방법 등 시가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일부 캠핑카는 시커먼 먼지가 쌓여 있는 등 오랫동안 방치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북구 용흥공영주차장 역시 한쪽은 거의 캠핑카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모(58)씨는 “이 주차장은 평일·주말 할것 없이 늘 차들로 붐빈다”며 “주차를 하려고 하면 캠핑카 옆 자리는 위험해 보여서 어려움이 많다”면서 불편을 호소했다.
대부분 캠핑카는 차주 연락처가 보이지 않았고, 일부 트레일러는 바퀴에 잠금장치까지 설치돼 있었다.
캠핑카의 화장실 물사용 문제를 제기한 시민도 있었다. 김모(44)씨는 “주차장 화장실에 호스를 연결해 캠핑카에 물을 채우는 사람 때문에 화장실을 사용한 뒤 손을 못 씻고 나온 적이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북구 양덕 임시공영주차장도 언제부터 주차된 지 알 수 없는 캠핑카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일부 캠핑카는 아예 바퀴에 바람이 빠졌거나 거미줄이 쳐져있었다.
장모(34)씨는 “주변 상가 이용을 위해 주차장에 가보면 빈 자리가 없어서 불법 주차를 해야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캠핑카 차주 박모(56)씨는 “일부 아파트는 주차를 금지하고 있어 무료 공영주차장 이용이 최선이다. 캠핑카와 관련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공영주차장의 장기 주차 차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7월 10일부터 개정된 주차장법을 시행했다. 개정 주차장법은 시·군·구청장이 한 달이 넘은 장기 주차 차량에 대해 이동을 명령하거나 견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장기 주차를 지자체가 입증해야하고 입증하더라도 견인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항시가 법 시행 이후 7개월 간 장기 방치 주차 캠핑카를 견인 조치한 건수는 ‘0’건이다.
포항지역 모든 무료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포항시 인력도 4명 뿐이다. 캠핑카가 한 달 이상 장기 주차했음을 지자체가 입증해야 하지만 대부분 CCTV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또 포항에는 견인을 할 수 있는 업체가 없고 보관 장소 마련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는 주차장 위주로 개선사항을 검토중이며, 외곽지 캠핑카 전용 주차장 운영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 청주시는 무료 공영주차장 내 48시간 이상 주차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시행한 후 공영주차장에서 캠핑카 60대를 이동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김보규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