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갤러리포항, 22일 까지‘화상 그 후 삶 속으로’전 개최
포항지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모임 공간너머는 오는 22일까지 포항 갤러리포항에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던 2022년 울진산불 현장 사진전을 개최한다. 세 번째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화상 그 후 삶 속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시간이 주는 자정(自淨)과 그를 바라보는 사진가들의 냉철한 시선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잊지 않았다고 잊지 않겠다던, 그리하여 마침내 다가올 초록의 생명을 기다리는 전야제 같은 사진전이다. 화마보다 더 빠르게 식은 우리의 무관심에 작은 울림을 준다.
지역 사진가 6명으로 구성된 공간너머는 사진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풍경과 문화·역사의 현장을 기록해 오고 있다.
2022년 1월 창립 이후 ‘기록은 기억을 뛰어넘는다’는 진리를 표방하며 울진산불을 첫 전시로 선보였다. 울진산불은 2022년 3월 4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에서 발생한 국내 최장 시간 최대피해 면적을 기록한 산불이다. 산림 2만923ha(울진 1만8천463ha, 삼척 2천460ha)를 태우고 213시간 43분(약 9일) 만에야 진화됐다.
공간너머가 3년간 지속적으로 울진산불을 추적하여 작업한 사진 작품 결과물이 경상북도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전시회를 갖게 됐다.
전시에서는 울진산불 이후 삶 속으로 들어가 진실을 들여다본 노력에 문학적 서사성을 더하는 특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강철행, 안성용, 최흥태 작가가 참여하며 게스트로 김수정+이창순(문학), 헬렌 작가가 함께한다. 5개의 파트로 나눠 각자의 관점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최흥태 사진가는 ‘아픔의 진실’을 주제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문명의 참담함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신화리 산마루에 살아 홀로 서 있는 나무와 그곳에서 만난 할머니와 당시의 이야기를 나누며 찾아낸 기억 등을 르포르타주 사진으로 담아냈다.
안성용 사진가는 ‘9명의 시선’을 주제로 예술가 9명의 내면의 흐름을 대형 필름 카메라로 포착해 사진의 기록성과 예술성으로 표현했다.
헬렌 사진가는 자연의 치유와 인간관계가 만든 ‘상처의 간극’을, 김수정 사진가는 ‘온전한 집’을, 이창순 시인은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인용해 물(水)로 사라진 노인의 시로 보고 불(火)로 쓰러진 당신을 그린다는 문학적 서사의 힘에 기대어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 전시인 울진 연호문화회관(9월 30∼10월 8일)에서는 피해 현장의 참혹한 외형적인 면을 기록과 예술적 상상력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흥태 사진가는 “이번 전시는 모든 생명의 지속성에 관심을 가지고, 비록 그것이 작은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의심쩍은 것이나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들을 마음으로 살펴보고자 한다”며 “모든 화상 입은 존재들에게 가만히 다가가 마음을 열고,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