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정쟁 당분간 미루자”<br/> 진성준 “정책위의장 간 협의”<br/>‘쳇바퀴 대치’ 비판 여론 대응<br/> 22대로 넘어온 고준위특별법 <br/> 전세사기특별법 등 처리 관심<br/>‘민생법’ 대한 시각차는 걸림돌
22대 국회 출범 후 민생법안이 단 한건도 처리되지 못한 가운데 대구·경북(TK) 현안 법안들이 속도를 낼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야당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 등이 반복되는 와중에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여야가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쟁 법안은 당분간 미뤄두고,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8월 임시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급한 민생입법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위의장 간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법안에는 TK 최대 현안 법안인 고준위방사선폐기물관리 특별법 등이 꼽힌다. 지금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지만, 2031년 울진 한울원전을 시작으로 2037년에는 경주 월성원전도 포화에 이를 전망이다. 고준위법은 22대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만 발의한 상태다. 21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가 처리를 합의한 바 있다.
간호법도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법안을 발의해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지만 정부가 간호법 업무를 명확히 하는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여야 간 견해차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선(先) 구제, 후(後) 구상권 청구’ 대책을 고수했던 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장기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당 안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 외에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배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과 반도체 등 국가전략 기술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K칩스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세법 개정안도 여야가 충분히 합의처리할 수 있는 법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여야가 이들 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 지를 놓고는 회의론이 적잖다. 대통령 탄핵 등을 놓고 날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고, 또 다시 이들 법안이 정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제각기 민생법이라고 명명한 입법 과제를 두고도 시각차가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과 안전진단 통과 전 재건축 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 연금 개혁을 시급한 민생 입법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전환지원법(한우지원법) 제정안,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기후 재난에 따른 농가와 어가의 피해를 구제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을 민생 법안으로 규정했다. 양곡법과 한우지원법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적 선심성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8월 국회에서 해당 법안 강행 처리를 시도한다면 또 다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며 여야 관계가 급랭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