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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출입 통제가 재선충 참사 키웠다”

구경모기자
등록일 2023-11-21 19:56 게재일 2023-11-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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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보안 이유로 포항시 업무 막아 <br/>예찰·방제 거부에 출입 금지까지<br/>고금산·봉화산 등 숙주목들 방치<br/>인근 지역 확산의 불쏘시개 비난
포항 남부해안가 일대에서 고사하고 있는 소나무들. /이용선기자

최근 포항의 재선충병 피해로 지역 소나무들이 괴멸 수준에 이른 가운데 오천일대 군부대 지역은 군 보안 규정상 민간인 출입이 통제, 행정기관이 방제작업을 제대로 벌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군부대 일부 지역은 재선충 피해에도 불구, 오염된 숙주목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인근 지역 재선충 확산의 불쏘시개가 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5월부터 지역에 재선충 피해가 폭증할 기미가 보이자 호미곶면과 구룡포읍, 장기면 등 남부해안가 일대에 대해 대대적인 예찰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시는 군 시설 등이 위치한 △고금산 △봉화산 △포항경주공항 △도구해안 등지에서는 제대로 된 예찰·방제 활동을 펼칠 수 없었다.


국방부가 군 보안을 이유로 행정기관의 예찰·방제활동을 거부하거나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출입을 아예 금지했기 때문.


특히 시는 당시 오천읍 해병대 1사단 영내에 소나무 재선충 확산 사실을 확인 한 후 감염목을 제거하는 ‘모두베기’ 작업을 실시하려 했다.


이에 해병대 측은 “소나무를 모두 벨 경우 군부대가 외부에 노출된다”는 이유로 시의 방제작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대보리에 위치한 고금산 인근의 도로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시는 지난 8월 재선충 방제작업 중 하나인 ‘숲가꾸기’현장조사를 위해 이곳을 방문, 작업 도중 ‘인근에 군 지뢰제거 작업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제지 당했다.


또 시가 도구해안 일대 군 출입제한 구역에서의 방제 작업을 위해, 국방부 출입허가를 먼저 받아야 하는 점’도 방제 활동에 큰 장애가 됐다.


매일 재선충병 피해 규모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방부 허가에 2∼3일이 소요돼 버리자, 매번 시의 방제 활동이 ‘뒷북 치는 격’돼 버렸다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에서는 ‘국방부가 보안규정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재해 상황을 감안, 시 행정과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10월 기준 포항에서 2만1천㏊에 걸쳐 소나무 20만본이 재선충 피해로 고사했다”면서 “현재는 피해 집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소나무들이 초토화 되는 상황에서 군 부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포항시 측은 “재선충병은 적시적소의 예찰·방제활동이 필수적”이라면서 “사실 국방부의 출입 통제 조건 등 때문에 방제활동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군부대 관계자는 “향후 포항시와 협조하는 등 재선충 방제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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