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가을과 겨울이 모두 아름다운 봉화 한수정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3-11-14 19:39 게재일 2023-11-15 12면
스크랩버튼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는 길목의 봉화 한수정.
태백산의 남쪽 끝으로 물길과 조화를 이룬 한수정 마루에 앉아 소리없이 흘러간 시간과 떠나가는 가을에 마음을 맡긴다. 고운 단풍잎 떨구는 고목 사이로 햇빛이 부드럽게 정자를 비추고 푹신하게 내려앉은 낙엽이 늦가을 정취를 만들어낸다.

옛이야기들이 들릴 듯이 시간이 멈춘 모습 그대로라 정겹고 빛바랜 기와지붕의 용머리들이 붓끝으로 그린 듯이 부드러운 한수정,


전국의 산재해 있는 정자는 풍광을 내려다보는 언덕, 기암절벽이나 낙랑장송이 있는 깊은 계곡 등 풍광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자는 빼어난 경치와 함께 자연 속에 녹아든 정자 자체의 아름다움이 하나가 돼 독특한 풍광을 만든다.


한수정은 삼면이 연못으로 조성돼 있고 300년 거목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풍성하던 여름날의 푸른 잎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이파리들을 떨구고 있다. 한수정은 정자각처럼 ㅡ자형 중간에서 앞으로 돌출된 T형으로 북쪽 온돌방 양 옆으로 중앙에 마루를 두고 남쪽 돌출부에 온돌방이 하나 더 있다.


정자의 전면과 옆면, 뒷면의 일부가 계자난간으로 돼있고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이 만난 독특한 구조다. 정자의 3면은 막돌로 축대를 쌓아 만든 와룡연이라는 연못이 있으며, 물은 끊임없이 들어갔다 나가고 있어 언제나 맑은 물속에 비단잉어를 비롯한 물고기의 움직임이 여유롭다.


와룡연 주변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정자와 연못을 보호하듯 서 있고 보호수로 지정된 속 다 비워낸 느티나무는 세월 앞에 힘겨움을 보여준다. 형형색색 물들었던 단풍은 정자의 주변을 덮듯이 쌓여 있어 만추를 호젓하게 즐기기 그만이다.


한수정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134번지에 자리한 정자로 1608년 석천 권래가 조부인 충재 권벌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다. 후손 권만이 1742년 지금 모습으로 고쳐 지면서 쓴 상량문에 “상하좌우로 전망이 트이고 춥고 더울 때 알맞도록 집이 꾸며져 일가와 손님과 벗이 그치지 않고 찾아오고, 못물은 거울처럼 맑아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를 볼 수 있다”고 썼다.


조선시대 시문학을 풍성하게 하는데 이바지한 한수정은 올해 ‘한수정에서 책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정자음악회 등이 열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소통하며 대화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찬물과 같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라”는 뜻을 가진 한수정(寒水亭)은 풍류형 정자라기보다는 학문형 정자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정자는 그 지역 학문과 문화활동의 거점이었다.


한수정은 후손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언제나 열려 있으며, 약 800m 거리에 후손이 사는 권진사 댁(성암 고택)에서는 고택체험 숙박도 가능하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