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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맞나요?” 입주 앞두고 분통

김영태기자
등록일 2023-11-14 20:12 게재일 2023-11-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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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경산 사전점검 경악<br/>어긋난 창문 잠금 장치·울퉁불퉁한 바닥·내외벽 실금 등 부실투성이<br/>시공사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자재수급 불안 등 악재 겹쳐 공기 지연”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 사전점검에 나섰던 김모(39)씨 아파트가 부실투성이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을 샀다. 내부 중 싱크대 문을 하나도 달지 않은 부엌.

#1. 올 연말 입주를 앞두고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 사전점검에 나섰던 김모(39)씨는 아파트 내부를 보고는 그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앞서 지난 11∼12일 사전점검에 나선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 가득한 입주예정자 카페 글 내용을 그 자리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전점검은 원래 입주를 앞두고 공사에 하자가 있는지 세밀하게 보기 위한 것임에도 아파트 내부 전체가 문제투성이기에 김씨는 생애 첫 아파트라는 설레임이 보기좋게 무너졌다.


김씨는 시공업체가 구청의 준공허가 일정만을 염두에 둔 듯 제대로 마감 처리된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인 내부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김씨는 작심한 듯 “그동안 입주예정자 카페에 올라온 입주 예정자들의 글을 보면서 자칫 잘못하면 아파트 가격하락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을 보니 사전점검이 아니라 공사 상황점검에 불과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가 둘러본 아파트 내부는 창문 잠금 장치가 맞지 않는 것은 애교 수준이었고 울퉁불퉁한 바닥과 내외벽 콘크리트 실금, 천장 누수, 전기공사 배선 누락 등 보이는 것 모두가 부실투성이였다.


또 다른 한 입주예정자 최모(42)씨는 “모델하우스와 다른게 왜 이렇게 많은가요”라며 “정말 첫 집을 갖는데, 적은 돈도 아니고 이렇게 사기같은 상황을 겪고보니 어이가 없다”고 시공사 측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접수처에서부터 고성이 오고가는 등 시종일관 험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상당수 입주예정자가 현장 관계자인 듯한 인사에게 실리콘 덧칠에 대해 집중적으로 항의하자 “굵은 거는 칼로 긁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을 듣고는 말을 잃고 말았다.


문 주위에 에폭시 공사후 마감공사를 하지 않은채 그대로 둔 모습.
문 주위에 에폭시 공사후 마감공사를 하지 않은채 그대로 둔 모습.

#2. 한달 전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 사전점검에 나섰던 경북 경산시 한모(50)씨는 아직도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경산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 가장 비싼 아파트임에도 베란다 쪽 난간 나사는 조여지지 않은 상태고 부엌도 제대로 된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벽 콘크리트는 도배가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돼 있어 사전점검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


특히 올해 철근 누락사태로 이른 바 ‘순살 XX ’라는 오명을 받은 건설사와 같은 시공사여서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도 사전점검부터 한씨는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한씨는 “경산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는 분양전 홍보를 무색케 하는 아파트 내부를 보고는 ‘오히려 레고로 짓는게 더 튼튼할 뻔 했다’는 트위터 글을 실감했다”며 “항의하는 입주 예정자에게 다시 점검의 기회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좋지 않은 글들이 올라오면 아파트 가격만 떨어질 뿐’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같이 사전점검에 대한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속출하는데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시공사는 입주 45일전에 사전점검을 하지 않을 경우 준공허가가 그만큼 늦어지고 지연보상금을 물기 때문에 내부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을 강행하기 때문이다.


또 재점검의 기간을 두면서 공사를 진척시키는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이같은 편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기초단체의 준공허가 시 내부 공사 완료 유무보다는 구조상의 문제점만 없다면 통과되는 점도 이같은 부실 사전점검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공사 측도 할말은 있다.


올해 입주하거나 할 예정인 아파트의 경우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자재수급 불안까지 겹쳤고 발주처인 시행사와 조합 측이 인상된 공사금액 증액 협의에 시간을 많이 소요했다.


여기에다 레미콘 및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공사중단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상기후로 인한 긴 장마기간도 공기지연에 일조했다는 점을 들었다.


근로기준법 강화와 건설현장 노무자의 근무환경개선(주말·휴일 공사제한) 등을 이유로 절대적인 공사기간도 촉박해진 게 현실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목소리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입주 예정자들이 그대로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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