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모양이 맥문동과 비슷하지만, 꽃줄기 끝에 자잘한 꽃이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며 펴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다. 가을에 새로 잎이 자란다. 잎은 선 모양으로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2개씩 나온다. 길이 15~30㎝ 정도로 털이 없고 약간 두껍다. 열매는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피침형의 종자가 들어 있다. 뿌리는 흑갈색의 비늘줄기로 둥근 달걀 모양인데 아래에 짧은 뿌리줄기가 있어 가는 뿌리가 달린다.
상사화 종류인 꽃무릇과 이름이 비슷하다.‘꽃’이라는 글자를 앞에 다느냐 뒤에 붙이냐에 따라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다. 맥문동과 비슷한 무릇꽃과 달리 꽃무릇은 다홍색의 꽃잎에 고양이 수염 같은 꽃술이 가득 달렸다. 다만 무리 지어 피는 것과 늦여름에 시작해 초가을에 걸쳐 피는 시기도 비슷하다.
무릇이 가장 어여쁘게 피는 곳은 봉황대 일원이다. 8월 말 즈음에 피기 시작해 9월까지 연이어 핀다. 커다란 능이 어린왕자 별처럼 커다란 나무를 이고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초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무릇을 즐기기 위해 능 주변에 자리를 깔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이 자주 보인다.
그 바로 옆이 금관총이다. 특히 금관총은 오랫동안 재발굴해서 안으로 들어가 무덤 내부를 볼 수 있다. 천마총만큼 넓지는 않지만 나름 볼거리를 제공한다. 발굴하며 이 능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칼의 조각이 발견됐다. 2015년 금관총 재발굴에서 ‘이사지왕도’라고 새겨진 칼집 부속구가 추가로 확인되고, 금관총에서 출토된 이사지왕 관련 명문 환두대도 3점의 실존이 모두 확인됨에 따라 금관총=이사지왕의 무덤으로 거의 확실시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단 이사지왕이 신라의 ‘국왕’인지, 귀족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등 논란이 많다.
무덤 북쪽 공터에는 신라고분정보센터가 있다. 1월 1일, 설과 추석만 쉬고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오전 9시-저녁 6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주차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경주 봉황대 근처에 가면 함께 볼 유적지가 많다. 금관총을 비롯해 서봉총, 마총, 쌍상총까지 함께 산책하며 둘러보아도 좋다. 노서리 고분군이라 할 만큼 능이 모여 있다. 금관 모양 조형물이 거리에 놓였다. 금관이 발견되서 금관총, 은방울이 나와서 은령총, 고구려의 청동호우가 발견된 능은 호우총이라 이름 붙였다. 능과 능 사이로 산책로가 있어서 거닐어 보면 좋다. 해 질 무렵에는 능 저편으로 붉게 노을 지는 풍경이 여행자들의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산책로에 놓인 벤치에는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은 청년이 책을 읽고, 등나무 아래에는 어르신들이 얼굴이 상기된 채 옥신각신한다. 능과 능 사이로 자전거에 장을 봐서 집으로 향하는 듯한 아주머니도 보인다. 여행자와 일상이 섞인 공간이라 더 낭만적이다.
무릇 대릉원을 비롯해 경주에 있는 고분만 150기가 넘는다. 추석이 다가오면 벌초하는 분들 많을 텐데, 경주에서는 왕릉과 대형고분의 벌초 작업이 한창이다. 둘레가 100미터 넘는 왕릉을 단장하는 데는 10여 명이 동원돼 꼬박 하루가 걸린다. 곱게 단장한 능 발치에 무릇이 가득 폈다. 초록 능과 연보라의 무릇이 어우러져 눈이 환하다. 일 년 중에 추석 연휴 앞둔 시기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이니 이 시기에 경주 능 주변을 돌아보면 좋을 것이다. /김순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