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모두의 글자, 한글" 특별전<br/>12월17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br/>서애 류성룡의 6세손이 며느리에 부친 편지<br/>18세기 방언 비교분석한 ‘찬집감영록’ 등 눈길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2023년 정기기획전 ‘모두의 글자, 한글’ 전시를 지난달 25일 개막해 오는 12월 17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선보이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국내 국학자료 최다 소장 기관으로 현재 60만 점이 넘는 자료를 기탁받아 보존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글자료만을 선별해 특별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만 볼 수 있는 한글자료들이다. 18세기 전국의 사투리(土俚· 방언)를 비교 분석해 기록한 강후진(1685~1756)의 ‘찬집감영록’(권7)은 지금 우리가 알기 어려운 당시 평안도·함경도·황해도의 사투리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서애 류성룡의 6세손 류운(1701~1786)이 서울에서 의금부도사를 역임할 당시 막 맞이한 서울 출신의 며느리 연안이씨에게 보낸 50여 통의 한글편지도 선보인다. 조선 시대 지방 출신의 시아버지와 서울 출신의 며느리는 어떤 사연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한글편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외에 도산서원 내사본인 ‘소학언해’와 논어·맹자·대학·중용의 언해본들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 자료들은 선조(宣祖) 때 교정청에서 간행한 것으로 16세기 말엽의 국어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시아버지와 한글편지를 주고받은 며느리 ‘연안이씨’는 내방가사의 대표적인 작품 ‘쌍벽가’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 연안이씨의 작품 ‘쌍벽가’와 ‘부여노정기’ 그리고 김우락 여사의 ‘조손별서’등 내방가사 자료들도 관람할 수 있다. 내방가사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목록에 등재됐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해창(海窓) 송기식(1878~1949)과 해창(海蒼) 조병국(1883~1955)의 같고도 다른 삶을 보여주는 한글 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기독교를 전파했던 조병국의 ‘종교창가별집’과 봉양서숙을 운영하며 유교를 교육했던 송기식의 ‘봉양가’인데, 두 사람은 만세운동으로 감옥에 수감됐을 때 만난 인연이 있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한문 위주의 시대에 중앙 정부의 한글 보급 노력은 어떠했는지, 근대전환기와 일제강점기의 한글 교육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배우고 익힌 한글을 사람들은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이번 전시에 담아냈다”며 “본원 소장 한글자료 특별전을 통해 한글의 본고장 ‘경북 안동’이 더욱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