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대학생 교내 곳곳서<br/>미등록·불법 곡예운행 수두룩<br/>안전모 미착용·과속 위험천만<br/>대학 당국 “자율 문제” 단속 안해<br/>안전불감증 심각… 대책 절실
포항 소재 대학들 교내에서 번호판 없는 스쿠터 불법 운행과 안전모 미착용이 성행하는데다 위험한 곡예 킥보드 운행까지 빈번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 당국들은 ‘개인 자율에 맡길 문제’라며 제재나 단속에 적극 나서지 않아, 도리어 안전사고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2시쯤 포스텍 캠퍼스 학생회관과 제4공학관 사이의 스쿠터 주차장. 이곳에 주차된 스쿠터(오토바이) 7대 가운데 무려 4대에 번호판이 없었다. 또 기숙사인 생활관 주변 주차공간에도 스쿠터 10여 대 가운데 절반 이상에 번호판이 없었다. 키가 꽂혀 있어 바로 운행할 수 있는 무번호판 스쿠터도 2대나 있었다.
이날 기자가 포스텍 교정을 취재하는 5시간여 동안 스쿠터 60여 대의 운행을 지켜봤으나 안전모를 착용한 대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등록 불법 스쿠터가 사고를 낼 경우 무보험이어서 피해자 보상이 어려운 데다 사고 운전자에 대한 신원 파악도 쉽지 않다.
하지만 포스텍에서는 미등록 불법 스쿠터가 재학생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대학4년생 A씨는 “보통 졸업하는 선배가 재학생 후배에게, 저렴한 가격에 알음알음 스쿠터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10만원대 안팎의 스쿠터 등록비를 아끼는 편법이기도 하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또 이날 포스텍 교정에서는 안전모를 쓰거나 대학 측 권장 제한속도인 시속 20㎞를 지키는 킥보드 운행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킥보드 1대를 2명이 동시에 타는 운행자들도 여럿 목격됐다.
특히 교통량이 많은 연구1동 인접 도로와 생활관∼78계단까지 500여m 구간에서는 2인 운행자와 과속 킥보드가 10분 사이 수십 대 이상 오갔다.
한동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지난 1일 오후 안전모 미착용과 과속 운행하는 킥보드들이 교내 곳곳에서 목격됐다.
게다가 현동홀과 나눔평봉필드 사이와 축구장 뒤편 인도 등지에는 킥보드 수십 대가 무질서하게 주차돼 있어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B씨는“얼마 전 친구들이 킥보드를 타거나 킥보드에 부딪히는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면서 “킥보드는 인도로 갑자기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포스텍 측은 “미등록 스쿠터는 경찰이 수시로 단속을 벌인다“면서 “킥보드의 경우 학교 게시판에 안전 운행에 관한 홍보글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대학 당국들의 안일한 대처가 아쉽다”면서 “대학생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