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에 자리 잡은 청량산(870m)은 1982년에 경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문화재청에 의해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산이다. 경일봉, 문수봉, 연화봉, 축융봉, 반야봉, 탁필봉 등 능선으로 이어진 열두 봉우리는 봄볕을 받아 그림 같이 선명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청량산에는 신라학자 최치원, 원효, 김생 ,이황, 의상 김생, 고려 공민왕 등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장소와 설화들이 전해진다. 청량사를 지척에 두고 있는 청량정사가 있는데,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머무르기도 했다. 바로 그곳에 ‘산꾼의 집’이 있다.
우람하지 않고 단아하며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산꾼의 집’엔 지나가는 길손과 바람을 벗 삼아 살아가는 시인이 산다.
‘오고 가는 아픈 다리 약차 한 잔 그냥 들고 쉬었다가 가시구려’라는 간판은 읽으면 읽을수록 길손을 편안하게 반긴다. 청량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매일 따듯한 차를 주고 있는 그는 이 시대의 맑고 아름다운 진정한 산꾼이다.
청량산에 깃든 한 마리 새처럼 살고 싶다는 시인 김성기씨는 청량산의 산꾼을 자처한다. 청량산에서 나는 9가지의 약초를 넣어 끓인 구정차를 길손 누구에게나 무료로 대접하고 쉬어가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
화전민 집을 다듬어 직접 제작한 솟대와 서각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산꾼의 집’이다. 은행에서 퇴직한 후 청량산에 깃든지 20여 년. 시를 쓰고, 솟대를 만들며 무엇보다 약초를 준비하는 일이 하루 일과 중 가장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시인은 청량산을 “어머니 품 속”이라 말한다. 그래서 산에 머무는 동안은 편안하게 세상 시름 내려놓고 쉬어가라고 등산객들에게 부탁한다. “복잡한 마음은 굽이굽이 산길에 흘려버리라”는 김성기 시인,
마냥 머물고 싶은 마음에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자꾸 주춤거렸다. ‘산꾼의 집’과 시인의 얼굴은 현대인들의 편안한 안식처다. 따스한 봄 햇살과 상큼한 바람이 어우러져 더욱 가뿐하게 올라갈 수 있는 ‘산꾼의 집’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약차가 끓고 있다.
수년 동안 묵묵히 약차를 끓여 봉사하는 김 시인. 늘 열려있는 ‘산꾼의 집’에서 시인은 찾아오는 길손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자연을 닮은 넉넉한 마음과 다사로운 시인의 품성이 존재하는 곳. 청량산 기슭에는 평온한 선인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약차 한 잔을 마시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