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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연’ 펼쳐지는 봉화 띠띠미 마을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3-03-26 18:00 게재일 2023-03-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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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100년 넘은 산수유꽃들이<br/>고즈넉한 고택 사이로 장관 이뤄
산수유꽃이 활짝 핀 봉화 띠띠미 마을.
꽃들이 짙어진 향기에 묻어 봄갈이한 논밭의 흙냄새와 새움 돋은 풀냄새가 상큼한 완연한 봄날이다. 햇살을 포근하게 껴안고 고향집 같은 고택 마을에서 봄의 전령사 산수유를 만나고 향수에 젖어보는 봄나들이는 어떨까?

매년 이맘때면 노란 산수유꽃이 뒤덮는 봉화 띠띠미 마을. 띠띠미 마을은 봉화 읍내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들어가는 길은 2차선인데 중앙선에 춘양목 군락이 있다. 멋스러운 전통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십 그루 노송이 군락을 이뤄 선비처럼 고고한 자태로 손님을 맞는다.

봉화의 어느 곳을 가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늘씬한 자태의 춘양목이다. 노란 물결이 봄을 알리는 띠띠미 마을의 고가와 토담 너머로 가지를 늘어뜨린 산수유꽃은 조선의 청빈과 결의의 향기인양 충만하다.

문수산 아래 산수유가 고택을 품고 대명절의가 만들어낸 400년이나 된 원조 산수유 군락지가 있다. 조상 대대로 재배하던 수령 100년이 넘은 산수유 꽃들이 고즈넉한 고택들 사이로 장관을 이루고, 토담 기와 너머로 우아하고 위엄을 갖춘 한옥 풍경이 선비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산수유꽃 풍경에 취해 토담길을 걷다 보면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조 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화의에 통분해 조선의 신하로 청나라를 섬길 수 없다는 ‘대명절의’로 황색 짧은 옷에 삿갓을 쓰고, 앉을 때도 북쪽을 향하지 않았다는 ‘태백오현’의 한 사람인 두곡 홍우정(1595~1656)이 이곳에 은거해 후손들에게 산수유 농사를 지으며 살라고 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산수유 두 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지금 온 들녘에 퍼져 산수유 마을이 됐다.

집 곁에 냉천이 있는데 옥같이 맑은 물이 떨어져 흐른다는 뜻으로 옥류암이라 한다. 옥류암은 깨끗함이 머물러 사는 초당이라는 의미. 홍우정의 은거에는 청나라에 항복해 순결함을 잃은 조선에 대한 설움이 담겨 있다. 비슷한 시기에 봉화로 은거한 강흡, 심장세, 정양, 홍석 등 이른바 대명절의의 ‘태백오현’ 등과 교유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그 누가 어여쁜 마을 띠띠미를 이 산골에 숨겨 놓았나? 고풍스런 한옥과 흙담이 어우러진 400년 된 띠띠미 마을. 그곳에 가면 머리 위로 내려앉는 노란 산수유를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2일엔 ‘시와 음악과 봄꽃 향기’라는 주제로 행사도 이어진다.

봉화 띠띠미 마을의 산수유꽃은 3월 말부터 4월 초가 절정이다. 역사의 향기 그윽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지천에 핀 산수유꽃을 만날 수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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